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고 있는 부동산 보유세 도입안이 공산당과 지방정부의 내부 반발에 부딪혀 대폭 후퇴할 전망이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당초 30개 도시에 부동산 보유세를 시범 도입하려고 했지만 대상을 10여 개 도시로 대폭 축소했다. 또 2025년까지는 전국적으로 부동산 보유세를 확대하지 않을 방침이다. 현재 중국에서는 부동산 건설과 거래에만 세금을 부과하고 부동산 보유세는 시범 지역을 제외하고 도입하지 않았다.

부동산 보유세 도입은 시 주석의 국정 기조인 ‘공동 부유’를 실현하기 위한 핵심 정책으로 꼽혔다. 시 주석은 지난 8월 제10차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빈부 격차를 줄이기 위해 부동산세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시범 지역에서의 사업을 잘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집은 거주하는 곳이지 투기의 대상이 아니다”며 부동산세 도입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하지만 예상보다 강한 내부 반발에 직면하자 중국 정부는 한 발 물러섰다. 공산당의 고위 간부부터 일반 당원까지 반대 의견을 내놓은 데 이어 은퇴한 당원들이 내부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토지 판매로 작년에만 1조달러 이상의 세금을 거둬들인 지방정부는 부동산 보유세가 토지 수요를 감소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부동산은 중국 경제의 뇌관이다. 중국 가계의 90% 이상이 주택을 소유하고 있으며 부동산 관련 산업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중국 가계 자산의 최대 80%가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분석도 있다. WSJ는 “부동산세 도입은 부동산 가치 하락을 부추겨 주택 소유자를 더 가난하게 만들고 소비도 위축시킬 수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대도시부터 점진적으로 부동산세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상하이와 충칭이 우선 도입 대상이다. 선전, 하이난, 항저우도 유력 후보로 알려졌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