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1997년 이래 美신임 대통령과 中지도자 회담 가장 늦어져"
"시진핑, G20회의 화상참여 검토…미중 정상회담 지연될듯"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10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중 정상회담이 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4일 보도했다.

SCMP는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오는 10월 30∼3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면회담을 할 가능성이 작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중국 정부가 아직 최종 결정을 하지는 않았으나 지도부는 시 주석이 로마로 날아가는 대신 화상을 통해 정상회의에 참여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며 "이는 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정상 간 첫 대면 회담의 기회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후 외국으로 나간 적이 없으며, 지난해 3월 파키스탄 대통령의 예방 이후 외국 정상을 맞이한 적도 없다.

시 주석이 로마에 가지 않는다면 부분적으로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 때문이지만, 동시에 교착상태에 빠진 미중 관계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준비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SCMP는 지적했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지난달 중국을 방문하면서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가 나왔으나, 이후 미중 고위 외교관 간 추가 대화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는 미중 정상회담을 위해 필요한 사전 준비작업도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의미한다.

SCMP는 "시 주석과 지난 1월 20일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이 10월 로마에서 만나지 못한다면 이는 미국의 신임 대통령과 중국 정상 간 첫 회담이 1997년 이래 가장 늦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10월 G20 정상회의 이후에 두 정상이 만날 다른 뚜렷한 기회가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1993년 이래 미국의 새로 취임한 대통령과 중국 정상 간 (취임 첫해)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는 최초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은 취임 거의 10개월 만인 1993년 11월 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 주석을 시애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대면했다.

10개월은 1989년 중국의 톈안먼(天安門) 민주화시위 탄압으로 악화했던 미중 관계가 회복된 이후 미국 신임 대통령과 중국 정상 간 회담이 이뤄지기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라고 SCMP는 전했다.

2001년 1월 취임한 조지 부시 전 미 대통령은 약 9개월 만에 장쩌민 전 주석을 상하이에서 만났으며, 2009년 1월 취임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개월여 후 런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전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났다.

2017년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취임한 3개월 후 시 주석이 부부 동반으로 플로리다로 날아가 정상회담을 했다.

SCMP는 "국가 지도자들은 다자간 정상회의 기간을 활용해 여러 양자 간 회담을 개최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시 주석은 2018년과 2019년 G20 정상회의에서 미중 무역전쟁과 관련한 휴전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오랜 기간 서로 알아 왔지만 두 세계 최고 강대국 지도자 간 대면회담은 여전히 중요하며 대단히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한 소식통은 SCMP에 중국 정부가 서방과의 관계 개선 기회를 놓치고 세계로부터 더 고립될 수 있다면서 "우리의 지도자들은 대면 접촉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또다른 소식통은 시 주석이 막판에 로마로 가는 것으로 바뀔 수 있다며 "우리는 여전히 (시 주석의) 직접 참석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