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회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가 신입 사원에게 진행하던 텔레마케팅 영업 교육을 중단했다. 시대 변화에 맞춰 링크트인 등 SNS를 활용한 영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미국 금융회사의 전통적 영업 방식인 텔레마케팅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메릴린치가 불특정 다수의 고객에게 전화를 거는 영업 훈련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앤디 시그 메릴린치 사장은 “현대적 방식으로 고객에게 다가가고 있다”고 했다. 텔레마케팅 교육 중단은 그 후속 조치다.

메릴린치 신입사원은 입사 후 의무적으로 영업 교육을 받는다.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은행 내 다른 부서로 전출되는 등 영업 능력은 주요한 평가 수단이다.

투자회사들이 텔레마케팅 교육을 확대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개인 주식거래가 늘면서 신입사원의 전화 영업도 많아졌다. 이 시기 메릴린치 입사 직원은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매일 1000통가량 전화를 걸어 투자상품 가입을 권유했다. 이 중 1%만 실제 계약으로 이어져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03년 휴대전화 보급이 늘고 발신자 번호 확인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전화 영업 성공률은 점차 떨어졌다. 각종 스팸 전화가 늘면서 하루 종일 전화해도 받는 사람이 2% 미만에 불과하다.

자연히 영업 교육을 무사히 통과한 직원은 크게 줄었다. 텔레마케팅을 잘하는 직원보다 개인 인맥이 넓은 직원이 영업 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 전화 영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투자세미나 등 대면 영업을 늘렸지만 코로나19로 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메릴린치는 기존 고객이 소개한 번호로 연락하거나 비즈니스 관련 SNS인 링크트인을 활용해 영업하도록 신입사원 교육 프로그램을 바꿨다. 6600만 명에 이르는 BoA의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