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달 소비 지출과 가계 소득이 동시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연말 경기가 급속히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말 대목에도 지갑 닫은 美…지난달 소비 7개월만에 '최저'
미국 상무부는 11월 개인소비 지출(PCE)이 전달보다 0.4% 줄었다고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였던 4월(-13.6%) 이후 7개월 만의 감소세다. 소비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약 70%를 차지하는 핵심 경제지표다.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봉쇄 조치 확대로 사람들이 외출을 꺼린 데다 지난 3월 의회를 통과한 대규모 부양책의 약발도 거의 떨어졌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11~12월은 연중 가장 큰 쇼핑 대목으로 꼽히지만 올해는 자동차, 가전제품 등의 소비가 크게 줄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지난달 급여와 투자 수익 등을 합산한 가계 소득은 10월보다 1.1% 감소했다. 8월(-2.6%)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월가 예상치(0.3% 감소)에도 크게 못 미쳤다.

고용지표 중 하나인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지난주 80만3000건으로 집계됐다. 전주(89만2000건)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만 해도 신규 신청 건수는 20만 건을 밑돌았다. 다양한 종류의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사람은 매주 2040만 명에 달한다. 금융지주회사인 PNC파이낸셜의 거스 파우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고용 회복 속도가 올여름이 지나면서 뚝 떨어졌다”고 했다.

내년 초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상·하원을 통과한 추가 부양책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면서다.

시중에 대규모 자금이 풀리는 시기가 그만큼 늦춰지게 됐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양책을 좌초시킬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경제 충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내년 1~2월 경기가 지금보다 더 위축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인력채용 업체인 글래스도어의 대니얼 자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상황이 악화할 것이란 점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얼마나 더 나빠질 것이냐가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영국 경제연구기관인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마이클 피어스 이코노미스트도 “정부가 소비자에게 현금을 지급하더라도 경제 봉쇄 탓에 소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단기적으로 경기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