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결과를 놓고 혼돈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 중앙은행(Fed)이 또다시 제로금리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경기부양책 부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미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Fed는 5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끝난 후 성명을 통해 FOMC 위원 10명의 만장일치로 연 0.00~0.25%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Fed는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 3월 두 차례 긴급회의를 열어 연 1.50~1.75%였던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는 빅컷(big cut)을 단행했다. 9월 회의에선 2023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하기도 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사진)은 FOMC 회의 직후 화상회의 방식으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그 속도가 완만해졌다”고 말했다. Fed가 낸 공식 성명에서도 기존의 ‘경기 개선’ 표현이 ‘경기 회복’으로 다소 어두워졌다. 파월 의장은 특히 서비스 분야 지출이 저조하다면서 “질병(코로나19)의 추가 확산과 가계 저축 고갈 가능성이 미 경제의 양대 리스크”라고 지적했다.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동결의 이유로 경기부양책 부재를 들었다. Fed는 통화정책뿐 아니라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 재정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최소한 약간이라도 더 재정 지원을 얻어낼 수 있다면 더 강한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며 “추가 경기 부양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선 전 민주당과 공화당, 백악관은 5차 경기부양책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 3일 치러진 대선 결과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복을 공식적으로 선언, 미 전역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대선이 촉발한 혼란이 가라앉기 전까지 경기부양책 합의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파월 의장은 미 대선 결과에 대해 “그와 관련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언급하기가 꺼려진다”며 즉답을 피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Fed는 월 1200억달러 규모까지 국채 등 매입에 쓰는 통화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자산 매입 규모를 확대하거나 기간을 연장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 정계에서 경기부양책에 합의하지 않는 이상 Fed의 시장 개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있다.

파월 의장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경제에 중장기적 위험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