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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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유럽 기업들의 올해 실적이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달러화에 대한 유로화 가치가 올해 5.6%나 올랐다며 7일(현지시간) 이 같이 보도했다. 지난 1일 유로화에 대한 미 달러 환율은 2018년 5월 이후 처음으로 1.2달러를 넘어섰다. 특히 무역 거래 가중치를 적용한 환율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금융 지원 서비스 업체 아케라의 외환전략가인 비라지 파텔은 "무역 거래 가중치를 적용한 유로와 환율을 보면 유럽 기업들이 고통의 한계점에 도달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더욱 큰 문제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유로존 내 회사들은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는 피해를 입게 된다는 분석이다. 이전보다 비싼 가격에 상품을 수출하는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통상 유로화가 달러 대비 10% 평가 절상되면 유로존 기업의 이익은 3%가량 줄어든다.

유로존의 핵심 수출 상품은 기계류, 자동차, 화학 제품 등이다. 이탈리아의 스포츠카 제조업체 페라리, 프랑스 타이어 업체 미쉐린처럼 유로존 지역 내 생산 비중이 높고 해외 판매가 많은 기업은 유로화 강세의 영향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화 가치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추가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달리 마땅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유로화 가치를 낮추려면 시중에 돈을 더 많이 풀어야 하는데, 현재 0.5% 수준인 금리를 당장 더 낮추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ECB가 금리를 동결하고 1조3500억유로 규모의 긴급 채권 매입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스위스 자산관리사인 유니온 반카이어 프리베의 한 전문가는 "ECB에 있어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은 시시포스의 형벌처럼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라며 "실제로 ECB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FT는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서도 유로화 강세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