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ch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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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트 관료기관 대표들이 평범한 사람들 사이를 걸어 다니며 “당신은 우리를 정말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묻는 것은 매일 있는 일이 아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지난해 워싱턴DC를 비롯한 미국 전역의 12개 지역에서 13회의 ‘의견 청취’ 행사를 했다. 그래서 Fed가 시장의 다양하고 많은 의견을 경청했을까? 나는 Fed가 분명 귀를 닫고 아무것도 듣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웹사이트에 게재된 회의록에 따르면 이 행사에서 제롬 파월 Fed 의장과 다른 당국자들이 미국 경제가 “완전고용 상태”라고 말할 때 상당수 참석자는 동의하지 않았다. “Fed가 통화정책으로 목표치(2%)까지 인플레이션을 더 높여야 한다”고 말하는 이가 많았다.

물론 미국 역사상 가장 긴 11년째 경제 팽창이 이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실업률이 사상 최저 수준인 것도 맞다. 하지만 경제 소수자와 저소득층 관점에서는 Fed가 완전고용에 대해 “임무 완료”를 선언하는 것은 너무 이르다. 왜냐하면 그들은 여전히 미국 경제의 호황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오늘날의 실업률이 지역사회가 그동안 경험한 가장 낮은 수치 중 하나이지만, 미국 전체로는 아직 문제가 많다”고 했다. 필라델피아의 한 패널은 “어떤 지역은 항상 불황이다”라고도 했다. 뉴욕 행사의 패널이었던 한 경제학자는 그들의 관점에서도 ‘완전고용’의 정의는 명확하지 않다고 인정했다.

일반인 중에는 인플레이션이 전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인플레이션이 왜 더 높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워싱턴주 리치먼드에서는 주지사가 “Fed의 2% 목표치까지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기 어렵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댈러스의 노인협회 대변인은 “안정된 가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Fed는 이 피드백에 어떻게 대응할까. Fed는 고용 시장에 영향을 더 많이 미칠 수 있도록 경기 확대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Fed가 단지 더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과열’이라고 믿었던 경제를 냉각시키기 위해 금리를 올린 2018년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을 보면 Fed는 미국인들이 인플레이션을 더 낮게 원한다는 말을 들은 것 같지 않다. Fed는 더 높은 인플레이션 정책을 고수할 작정인 것 같다. 그들은 특정 거시경제 모델 시뮬레이션 등으로 불황은 소수민족과 가난한 사람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준다고 말한다. 그리고 금리가 제로(0)일 때 특히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주장한다. 소수민족과 빈곤층을 위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려면 금리가 더 높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야 경기 침체기가 올 때 금리를 인하할 여력도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생각은 고금리가 경제를 둔화시키고, 소수민족과 가난한 사람의 일자리 창출을 방해할 것이라는 점을 간과했다. 중앙은행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인플레이션은 역사적으로 매우 낮은 수준으로 지속되고 있다.

Fed가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하는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 명령을 받아들이는 것은 제도적으로 부적절하다. 하지만 이것은 대통령 생각만이 아닐 수 있다. 금리를 낮게 유지해서 모든 미국인에게로 호황의 과실이 돌아가게 해야 한다. 낮은 인플레이션 아래서 이에 따른 행복한 상황을 즐길 수 있게 말이다. 이것이 많은 미국인이 지금 Fed에 원하는 것이다.

원제=The Fed Pretends to Listen
정리=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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