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직관료 "속내 읽기 쉬워 협상 상대로 최선"
미중 갈등 속 '中, 트럼프 재선 바라' 분석 눈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전면적인 무역·기술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그의 재선을 은근히 바라고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이 제기됐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협상을 이끌었던 룽융투(龍永圖·76) 전 대외무역경제합작부 부부장(차관급)은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인터뷰에서 이 같은 주장을 내놓았다.

룽융투 전 부부장은 WTO 가입 협상 수석 대표로서 2001년 중국의 WTO 가입을 이끌었고,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중국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지금은 중국세계화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룽 전 부부장은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기를 바라며, 그런 일이 일어나면 기쁠 것"이라며 "그는 매일 트위터를 날려 자신의 충동과 기쁨, 짜증 등을 전 세계 6천700만 팔로워에게 알리고 있으며, 이처럼 속내를 읽기 쉬운 상대야말로 협상에서 최선의 상대"라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속내를 있는 그대로 말하기 때문에 미국의 정책 결정 과정을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만들고 있다"며 "우리는 이전처럼 미국이 무엇을 원하는지, 미국의 실제 생각이 무엇인지 파악하려고 많은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물질 중시' 정책도 그의 재선을 바라게 만든다고 그는 주장했다.

룽 부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더 많은 미국산 제품을 수입하게 만드는 등 '물질적 이익'에만 관심 있는 투명하고 현실적인 협상가"라며 "이런 문제는 중국이 타협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들과 달리 중국 정부의 운신 폭이 좁은 뜨거운 지정학적 문제, 즉 대만이나 홍콩 이슈를 놓고 중국과 싸우지 않는다"며 "이처럼 정치가 아닌 '물질적 이익'을 얘기하는 상대가 협상 상대로서 최고"라고 말했다.

룽 부부장은 미·중 무역전쟁이 곧 타협에 이르게 될 것이라며, 이는 중국의 이익에도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수입을 늘리는 것은 '무역 초강대국'이 되고자 하는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며, 중국 자체의 혁신기술 발전으로 지식재산권 보호 필요성 또한 커졌다"며 중국이 미국의 요구대로 수입을 늘리고 지식재산권 보호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