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연구진 보고서
"바이러스 입자 생성 과정, 실시간 관찰 처음 성공"
새로운 바이러스 입자가 생길 때 핵산과 단백질이 어떻게 결합해 바이러스 구조를 형성하는지는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관찰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바이러스와 그 구성 요소들이 매우 미세하고, 상호작용도 아주 약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하버드대 과학자들이, 새로운 바이러스 입자의 구조가 형성되는 과정을 단백질의 원자(atom)까지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과학자는 첨단 현미경 관찰법을 이용해 이 과정을 고화질 영상에 담았고, 여기서 더 나아가 바이러스 외각(外殼)의 단백질 결합을 교란하는 방법도 알아냈다.

하버드대 존 A. 폴슨 공학·응용과학 대학원의 비노단 마노하란 화학공학 석좌교수팀은 이런 내용의 연구 보고서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최근 발표했다.

4일(현지시간) 온라인에 공개된 보고서 개요(링크) 등에 따르면 이 발견은 향후 바이러스 퇴치와 바이러스 단백질의 자기 결합(self-assembling) 조작 등을 연구하는 데 새로운 통찰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노하란 교수는 "이제 구조생물학은 바이러스 구조를 구성 단백질의 원자까지 놀라운 해상도로 풀어낼 수 있게 됐다"라면서 "하지만 바이러스 구조가 어떻게 결합하는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마노하란 교수팀은 가장 흔한 유형인, 단사(單絲·single-stranded) RNA 바이러스에 연구의 초점을 맞췄다.

RNA 바이러스는 RNA(리보핵산)로 유전정보를 구성하는 바이러스로서, 유전정보 복제 과정에서 돌연변이가 생길 확률이 DNA 바이러스보다 훨씬 높다.

RNA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병군에는 감기, 위장염, 수족구병, 소아마비, 에볼라, 웨스트나일열(West Nile fever), AI(조류인플루엔자), 메르스 등이 포함된다.

이번에 연구팀은 대장염 박테리아에 감염하는 바이러스를 선택했다.

지름 30㎚의 이 바이러스는 단사 RNA와 약 3천600개의 뉴클레오타이드, 180종의 단백질로 구성된다.

이들 단백질은 육각형 또는 오각형으로 늘어선 축구공 모양으로 RNA 외각을 둘러싸는데, 이렇게 바이러스의 핵산을 싸는 단백질 외각을 '캡시드(capsid)'라고 한다.

연구팀은 바이러스 단백질이 이런 구조를 만드는 과정을 관찰하기 위해 '간섭 산란 현미경 관찰법(interferometric scattering microscopy)'이라는 첨단 기술을 이용했다.

꽃의 줄기처럼 바이러스의 RNA 가닥을 기질(subsrate)에 붙이자 단백질이 그 표면에 모여 흐릿한 점들로 변했고, 검은색이 계속 짙어지면서 이 점들은 완전한 크기의 바이러스 입자로 자랐다.

과학자들은 이 점들이 짙어지는 정도를 현미경으로 촬영해 각 RNA 가닥에 얼마나 많은 단백질이 달라붙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마노하란 교수는 "흐릿하게 나타난 점들이 빠르게 짙어지면서 완전한 바이러스 입자가 된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라면서 "캡시드가 형성되는 시간은 1분 이내부터 5분 이상까지 서로 달랐지만, 일단 단백질 결합이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라고 설명했다.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의 핵(nucleus)이 먼저 형성된 뒤 캡시드가 만들어지고, 이 과정에서 많은 단백질이 기질로 몰리면 바이러스 결합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는 걸 알아냈다.

새로운 바이러스 입자가 생기는 과정에서 핵이 너무 일찍 형성되면 캡시드가 온전히 자라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발견은 병원성 바이러스의 형성을 교란하는 치료 약 개발에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기대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