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주식시장이 크게 부진한 모습입니다. 미·중 무역 전쟁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달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한·일 경제전쟁도 시장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본 증시도 비슷하게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 증권가에선 자칫 일본 증시가 장기간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겨울의 시대(산업 등이 부진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을 지칭하는 일본식 표현)’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고 합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달 들어 크게 부진한 모습을 보인 일본 주식시장이 좀처럼 반등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20,680선 부근을 오가는 닛케이225지수는 이달 들어서만 4.20%가량 하락한 상태입니다.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일본 증시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은 당장 현재의 낙폭이 아니라 향후 전망이 지속적으로 하향되고 있으며, 이 같은 부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입니다. 장기자금을 운용하는 투자자 사이에선 다른 투자자산에 비해 일본 주식은 향후 10년간 부진할 수 있다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이 잇달아 일본 주식시장 전망을 하향조정하고 나섰습니다. 대형 자산운용사인 미국 블랙록도 7월에 일본 주식시장에 대한 평가를 ‘약세’로 전환했습니다. 유럽 최대 규모급 자산운용사인 픽테가 운용하는 멀티에셋펀드 올 3월 이후로는 일본주식을 편입하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프랑스 아문디는 향후 10년간 일본 주식의 상승률은 연 5.7%정도로 예상하면서 신흥국 주식(7.9%), 미국 주식(6.7%)보다 부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큰 손’들이 모두 일본 증시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닛케이225지수 최근 추이/네이버 캡쳐
닛케이225지수 최근 추이/네이버 캡쳐
일본 금융당국이 마이너스 기준금리 정책을 쓰고 있는 점도 일본 증시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도쿄증시 1부 시가총액의 10%가량을 차지하는 금융주의 경우 마이너스 기준금리 영향으로 실적개선이 어려운 점이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국 등에선 증시가 급락한 시점을 저점매수의 기회로 삼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 같은 ‘글로벌 증시 파티’에 일본 주식이 참여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에서 발을 빼는 모습도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쉐어즈·MSCI재팬’에서는 연일 1억달러(약 1204억원)가량의 자금이 빠지고 있다고 합니다. ‘아이쉐어즈·MSCI재팬’의 순자산 규모는 120억달러(약 14조4500억원) 정도로 지난해 정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JP모건증권 관계자는 최근 일본 주식시장 분위기와 관련해 “주식투자와 관련해 일본에 묻는 것은 호재성 재료에 관한 것은 전혀 없고 ‘더 이상 나올 악재는 없냐’는 질문 뿐”이라고 푸념했습니다.

2013년 이후 장기간 상승곡선을 그려왔던 일본 주식시장에 점점 그늘이 넓어지는 모습입니다. 정말로 대세가 바뀌어 ‘겨울의 시대’에 진입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 또한 일시적 엄살에 그치는 것일지 결과가 주목됩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