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미 3·4위 이동통신업체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을 승인하기로 했다고 2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양사의 합병 시도는 이번이 세 번째로, 마무리되면 미국 통신시장은 버라이즌, AT&T, 스프린트의 ‘3강 구도’로 재편된다.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이날 “미국인들이 빠르고 신뢰할 수 있으며 값싼 무선 연결 통신망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경제와 소비자를 위해 중요하다”고 합병 승인 배경을 밝혔다.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합병 가액은 260억달러(약 30조8000억원)로, 성사되면 미 이동통신업계 지형이 뒤바뀔 전망이다. 미 이동통신시장에서 버라이즌과 AT&T는 각각 34% 안팎을 차지하고 있으며 T모바일과 스프린트의 점유율은 각각 18%와 12% 정도다.

스프린트는 일본 소프트뱅크, T모바일은 독일 도이치텔레콤이 최대주주다.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은 2014년과 2017년에도 T모바일 합병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는 2013년 201억달러를 들여 스프린트를 인수한 뒤 이듬해 처음으로 T모바일과의 합병을 모색했다. 그러나 T모바일의 완강한 저항과 미 규제당국의 승인 거부로 인수합병(M&A)은 무산됐다. 이후 스프린트는 T모바일에 이동통신시장 3위 자리를 내줬다. 손 회장은 2017년 11월 다시 양사의 합병을 시도했지만 경영권과 지분 배분 문제에 대해 도이치텔레콤과 합의하는 데 실패했다.

손 회장이 이번 합병 시도 ‘삼수’에 성공하면 시가총액 1000억달러가량에 1억 명이 넘는 고객을 확보해 버라이즌, AT&T와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법무부 발표 직후 T모바일 주가는 역대 최고인 주당 85.22달러로 치솟았고 스프린트 주가도 최고치인 주당 8.06달러로 뛰었다.

합병 후 스프린트 모회사인 소프트뱅크는 스프린트 지분율을 기존 84%에서 27%로 줄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스프린트를 자회사가 아니라 지분법 투자 적용 관계사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두 이동통신업체의 합병에 걸림돌이 완전히 제거된 것은 아니다. 뉴욕, 캘리포니아 등 인구가 많은 13개 주정부에서 경쟁 저하를 이유로 양사 합병에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