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 불안에 투자심리 위축"…홍콩 자금 싱가포르 이전설도
'송환법' 반대 시위 속 홍콩거래소 상장 연기 잇따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도심 시위가 홍콩에서 벌어지는 가운데 홍콩 증시에 상장하려던 기업들의 상장 연기 등이 잇따르고 있다.

19일 블룸버그통신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홍콩 최대 재벌인 리카싱(李嘉誠) 일가가 거느리는 CK허치슨 그룹 산하의 제약업체 '허치슨 차이나 메디테크'는 당초 20일 홍콩거래소에 추가 상장하려고 했으나 이를 연기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장 연기 배경에 대해 "최근 시장 불안 속에서 상장을 위한 적절한 때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한 최근의 대규모 시위도 투자자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과 미국 증시에 상장된 허치슨 차이나 메디테크는 시가총액이 35억 달러에 달하는 암 치료제 개발업체로, 이번 추가 상장을 통해 5억 달러를 조달하려고 했다.

지난 13일 물류·부동산개발업체인 'ESR 케이먼'도 "현 시장 상황"을 이유로 홍콩거래소 상장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12억 달러를 조달할 예정이었으며, 이는 올해 아시아 지역 최대의 IPO로 기대를 받았었다.

중국 핑안보험 그룹의 자회사인 핀테크 기업 '원커넥트'도 당초 홍콩거래소에 상장하려고 했으나, 뉴욕증권거래소(NYSE)로 방향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이 회사는 지난해 자금 조달 때 75억 달러의 시장가치를 인정받았다.

송환법 반대를 둘러싼 홍콩의 정치적, 경제적 불확실성 때문에 부동산 투자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시장조사업체인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I)는 홍콩의 대부업체 골딘파이낸셜이 111억 홍콩달러에 낙찰받은 상업용지를 최근 포기한 사실을 그 사례로 지목했다.

골딘파이낸셜은 상업용지 포기의 이유에 대해 "최근의 사회적 갈등과 경제적 불안정" 때문이라고 밝혔다.

홍콩 정부는 지난 13일로 예정됐던 17억 달러 규모의 옛 공항 부지 매각을 연기하기도 했다.

매각 연기 이유에 대해 홍콩 정부는 12일 도심 시위로 전날 정부청사가 폐쇄됐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일부에서는 무역전쟁과 최근 홍콩 시위로 인해 입찰자가 적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콩 재벌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홍콩 내 자금을 빼내 동아시아 금융 중심의 자리를 놓고 홍콩과 경쟁하는 싱가포르로 이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홍콩 재벌은 로이터통신에 "홍콩 씨티은행 계좌에 있던 돈 중 1억 달러 이상을 싱가포르 계좌로 옮겼다"며 "내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