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입 전면금지 조치는 이란에 대한 ‘최대 압박’ 전략의 하나다. 이란의 ‘생명줄’인 원유 거래를 전면 차단해 이란을 미국과의 새로운 핵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포석이다.
트럼프 '새로운 핵협상' 재촉…이란 생명줄 조여 최대 압박
미국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5년 이란 핵협정(JCPOA)을 맺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P5+1)이 협정을 지지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5월 협정을 탈퇴했다. 이 협정만으론 이란의 핵 위협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신 이란에 새로운 핵 협정 체결을 요구했다. 이란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위반했다”며 반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지난해 8월 7일 1단계로 이란의 미 달러화 매입, 이란과의 금·귀금속·자동차 거래 등을 금지했다. 이어 11월 5일부터 2단계로 이란산 원유와 석유·석유제품 거래, 이란과의 금융 거래를 차단하며 ‘이란 고사작전’에 나섰다.

다만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대만,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등 8개국에 대해선 180일간 한시적으로 이란산 원유 수입을 허용했다.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여나갈 시간을 준 것이다. 이란산 원유 수입을 갑자기 전면 금지하면 국제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유예 기간 대만과 이탈리아, 그리스는 이란산 원유 수입을 ‘0’으로 줄였다. 하지만 나머지 5개국은 예외 기간 연장을 추진했다. 한국은 지난 11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이 문제를 논의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미국 측 카운터파트와 만나 이란산 원유 수입 기간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 이란산 원유 대체가 쉽지 않은 점 등을 내세워 미 행정부 설득에 나섰다.

당초 시장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량을 전보다 줄이는 방식으로 이란산 원유수입 예외조치를 연장할 것이란 예상도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모든 나라에 예외를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란에 대한 제재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계산에서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도 이번 조치의 배경이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