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자 미국 언론들은 “모두의 기대와 다른 결과에 실망이 큰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합의가 앞으로 더 어려워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갑작스러운 협상 결렬에 많은 외신들은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어느 한쪽이 많은 것을 양보하는 ‘나쁜 합의’보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노딜’이 낫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전날 양국 정상이 서로에게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협상 결렬은 예상밖의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AP통신은 “판돈이 크게 걸려 있는 회담이 전혀 뜻밖의 결과로 끝났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번 협상 결렬은 외교적 실패”라고 평가했다. WP는 협상 과정을 잘 아는 한국과 미국의 고위관리를 인용해 “지난 2주간 미국 국무부가 북한과 사전 협상에 나섰지만 (입장 차로 인해) 진전이 느렸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합의 실패에 대해 “양국 사이의 합의가 어려워졌음을 상징한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도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향후 회담 전망에도 의문이 생긴다”고 했다.

존 커비 전 국무부 대변인은 CNN에 “회담이 결렬된 것은 양국 정상이 서로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게 달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커비 전 대변인은 “미국이 많은 양보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성명 서명식을 갑자기 취소한 것은 불만족스러운 협상을 애초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구체적인 협상 성과를 기대한 모두에게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덧붙였다.

성급한 합의를 하기보다 협상이 결렬된 현 상황이 낫다는 의견도 나왔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어느 한쪽이 손해를 보는 나쁜 합의보다 노딜이 낫다”고 평가했다. 데이비드 김 스팀슨센터 연구원도 협상이 결렬된 게 더 낫다고 했다. 그는 “인내는 미덕”이라며 “양국의 협상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훈련을 계속 중단하겠다고 밝힌 만큼 북한도 핵실험 중단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가디언은 “많은 전문가들은 문재인 대통령을 이번 합의 결렬의 가장 큰 패배자 중 하나로 꼽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북한과의 관계를 진전시킬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이는 양국 간 경제 교류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취재하던 외신 기자들은 협상 결렬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기자 중 상당수는 애초 회담 기대치가 낮았던 상황에서 북한으로부터 비핵화에 대한 만족스러운 답변을 끌어내지 못하자 돌발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김형규/정연일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