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이란, 대러 제재 등서 대립
남중국해 미구축함 파견은 북핵 비협조 불만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예정됐던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 취소를 선언한 지 수일 만에 2척의 중무장 구축함을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섬 근처로 파견한 것은 전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영국의 보수계 일간 텔레그래프는 29일 중국 국방부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야기한 미구축함의 파견과 관련, 그 시점(timing)을 싱가포르 회담을 취소한 데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과 연관해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취소의 책임을 중국 탓으로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북한과의 막후 협상에 중국이 도움되지 않았음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중국 시진핑 주석 간의 만남 후 김 위원장의 태도에 일부 변화가 있었다고 '배후설'을 언급하기도 했다.

텔레그래프는 북한을 자신의 영향력 범주로 간주하는 중국이 최근 미국과의 무역분쟁 상황에서 북핵 위기 처리에 덜 협조적으로 나왔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과 사사건건 대립하는 중국… 서방과 새로운 냉전 구도 조짐?
텔레그래프는 이어 북핵을 비롯, 미국과 중국이 근래 주요 국제이슈에서 사사건건 대립하는 새로운 냉전 구도 조짐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해 다수의 징벌적 제재를 가하고 있으나 중국은 반대로 외교, 군사, 상업 등 다양한 차원에서 러시아와의 새로운 협력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중국은 현재 러시아와의 관계가 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과시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과의 핵 합의를 파기한 후 중국은 오히려 양국 간 경제협력을 심화하기 위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초청했다.

곧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적으로 주요 도전에 직면할 때마다 중국이 으레 미국에 최대한의 불편을 안겨주는 명확한 구도가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분석했다.

만약 중국의 시 주석이 앞으로도 서방과의 관계에서 이러한 입장을 취한다면 미국과 동맹들은 중국의 비협조적 태도의 의미에 대해 각성할 필요가 있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신문은 서방지도자들이 너무 오랫동안 중국의 방대한 경제적 부에 접근하기 위해 중국에 굽신거려왔다면서 영국의 경우도 이제 중국이 국가 인프라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최근 외교 이니셔티브에서 나타나듯 이제는 서방과 새로운 냉전을 시도하려는 것은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최근 최초의 국내제작 항공모함을 출범시키는 등 노후한 군사 인프라를 가진 러시아를 대신해 세계의 차기 군사 초강대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남중국해에 나타난 미구축함에 대한 대응능력에서 나타나듯 중국이 아직 최상급 수준의 군사 강국이 되기에는 미흡하다면서, 그러나 만약 중국이 반(反)서방 외교태세를 지지할 수 있는 군사력에 도달할 경우 '진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