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내전 격화로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국제유가(브렌트유 기준)가 배럴당 70달러 위로 뛰었다. 3년4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알루미늄 값도 급등했다.

6월물 브렌트유는 지난 10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전날보다 2.39달러 상승한 배럴당 71.04달러에 거래됐다. 장중에는 71.34달러까지 치솟으면서 2014년 12월1일 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선 5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가 전날보다 배럴당 2.09달러(3.3%) 오른 65.51달러에 마감했다.

국제유가 급등은 미국이 화학무기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알려진 시리아 정부군에 대한 응징을 시사한 데다 시리아를 후원해온 러시아와도 충돌하고 있어서다. 존 킬더프 어게인캐피털 창업파트너는 “시리아가 주요 산유국은 아니지만 중동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는 만큼 유가 상승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의 통상전쟁 우려가 다소 누그러진 데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배럴당 80달러에 근접한 수준의 가격을 원한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국제유가를 밀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 자동차와 금융시장 추가 개방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유가가 오르자 원유 생산이 따라 늘고 있어 유가 상승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산유량은 사상 최고 수준인 하루 1040만 배럴에 달한다. 미국의 석유 시추장비 가동 대수는 지난주 808대까지 늘어나 1년 전보다 20% 가까이 증가했다. 미국석유협회(API)가 공개한 주간 미국 원유 재고도 당초 줄어들 것이란 예상과 달리 180만 배럴 늘었다.

알루미늄 가격은 이날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2.9% 오른 t당 220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한 지난 6일 이후 닷새 만에 11% 뛰었다. 이 같은 상승폭은 2009년 이후 9년 만에 최대다. 미국의 추가 제재 명단에 러시아 알루미늄 기업 루살이 포함되면서 국제 알루미늄 시장이 요동쳤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