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승전' 푸틴, 에르도안 만나 "내전 종식 필요조건 완수"
"시리아 안전지대 시행 강력 추진" 한목소리…이라크 쿠르드 독립투표에는 입장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리아내전의 사실상 승전국이자 협상 주도국으로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28일 밤(현지시간) 터키 앙카라 대통령궁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회담한 후 "시리아에서 동족상잔을 종식하고 테러를 소탕해 시리아인의 귀환과 평화로운 삶을 실현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필요조건이 조성됐다"고 선언했다.

그는 "시리아 사태 해결합의는 러시아와 터키 모두의 성공"이라고 강조했다.

시리아 내전 종식을 실현한 '실질적 필요조건'이란 '긴장완화지대', 속칭 안전지대를 가리킨다.

긴장완화지대에서는 시리아군과 반군 사이 교전이 중단되고 구호활동이 전개된다.

두 정상은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州) 일대에 긴장완화지대를 구축하자는 의지를 다졌다.

앞서 이달 15일 러시아·이란·터키는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이들리브 안전지대 설치에 합의했다.

이들리브는 시리아 전체에서 유일하게 반군 조직이 대부분을 장악한 곳이다.

알카에다 연계 급진 조직의 장악력이 강해, 안전지대로 확정된 후에도 러시아군 공습이 끊이지 않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두 나라가) 이들리브 안전지대 시행을 더욱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3국이 합의한 대로 터키군이 이들리브에서 휴전 유지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확인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작년 쿠데타 진압 이후 푸틴 대통령과 평균 두 달에 한 번꼴로 만나며 부쩍 가까워진 관계를 과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푸틴 대통령을 여러 차례 "내 친구 푸틴"이라 불렀다.

푸틴 대통령도 에르도안을 '친구'로 부르며 친밀감을 표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여러 분야에 걸친 양자 협력 문제에 대한 견해를 교환하고 시리아 위기 해결을 위한 향후 공조에 대해 얘기할 수 있었다"며 "회담이 아주 유익하고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두 정상은 터키에서 러시아 관광객 회복과 흑해 해저 가스관 프로젝트 추진 등 양국 협력 증진에 대해서도 환영했다.

그러나 최근 이라크 쿠르드자치정부(KRG)의 분리·독립 투표에 관해서는 입장차가 감지됐다.

터키는 자국의 쿠르드 분리주의를 자극할 수 있는 KRG 독립 투표에 격앙돼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회담 후 발표된 성명에서 두 정상은 이라크·시리아 영토가 유지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으나, 이어진 기자회견장에서 KRG 투표에 관한 두 정상의 언급은 온도차가 확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도 KRG 독립 투표는 정당성이 없다고 비난하고, KRG 지도자들이 더는 심각한 실수를 범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이 문제를 회담에서 자세히 논의했고, 러시아의 입장은 외교부 발표에 담겼다고만 말해 강력한 비판 표현을 바란 에르도안 대통령의 기대에 못 미쳤다.

러시아와 KRG 사이에는 에너지 인프라 협력 논의가 진행 중이다.

앞서 27일 러시아 외교부는 성명에서 이라크 영토 유지를 지지한다면서도 "존경심을 갖고 쿠르드계의 민족적 열망을 본다"고 밝혀 KRG 주변국과는 다른 태도를 명확히 드러냈다.

(이스탄불·모스크바연합뉴스) 하채림 유철종 특파원 tree@yna.co.kr,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