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매각 후 선거자금 투입 가능성…다른 자산 매입 여부는 불분명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측이 트럼프가 보유한 주식 전량을 올해 6월 매각했다고 밝힘에 따라 이해 상충 논란을 일부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매각 이후 주식을 새로 사들였는지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고 트럼프의 헤지펀드 재산과 트럼프 회사의 보유 주식 문제도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와 CNN머니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정권 인수위원회의 대변인 제이슨 밀러는 트럼프가 올해 6월 보유주식 전부를 팔았다고 말했다.

비싼 보잉사 항공기를 대통령 새 전용기로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트럼프의 방침에 과거 트럼프의 보잉 주식 보유가 주목받은 데 따른 해명이었다.

WP는 지난 5월 공개된 트럼프의 재정보고서를 토대로 트럼프가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약 4천만 달러(약 468억 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의 보유주식은 은행주, 정유주, 다른 일반 기업주 등으로 다양했다.

WP는 "트럼프가 애플, AT&T, 엑손모빌, 골드만삭스 등의 주식을 보유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특히 작년 말 현재 5만∼10만 달러(5천850만∼1억1천700만 원) 상당의 보잉 주식을 갖고 있었다.

트럼프가 2013년 1월 사들인 이후 매각하기까지 보잉 주식은 70% 가까이 올랐다.

트럼프가 매각한 주식 대금은 대선 자금으로 사용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트럼프 측이 밝힌 매각 시점인 지난 6월은 트럼프가 공화당 대권 티켓을 거머쥐고 본격적인 본선 경쟁에 돌입하던 때였다.

트럼프는 6월 22일 본선 경쟁을 위한 자금으로는 처음으로 개인 돈 200만 달러(23억4천만 원)를 내놨다.

공화당 경선까지 포함해 트럼프가 대선 전체에 쏟아부은 개인 자금은 6천600만 달러(773억 원)였다.

지난 8월 트럼프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증시에 투자했냐는 질문에 "그랬지만 이젠 빠져나왔다.

(매도) 타이밍이 아주 좋았다"고 말한 바 있다.

미국인들에게 주식 투자를 권유하느냐는 질문에는 "지금 보여지는 신호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뉴욕증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이 인터뷰 이후 미국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당선인은 정작 대선 이후 증시 랠리를 놓쳤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주식 매각 사실 공개로 이해 충돌 소지가 줄어들긴 했지만 문제가 다 정리된 건 아니다.

트럼프가 6월 이후 주식을 다시 사들였는지, 이해 상충 소지가 있는 다른 자산을 산 건 아닌지 명쾌한 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트럼프 측도 6월에 보유주식 전량을 매각했다는 사실은 확인하면서도 다른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고 있다.

특히 당선인을 둘러싼 이해 상충 논란은 대부분 트럼프 개인 사업과 관련된 것이라는 점에서 다른 투자주식 매각만으로는 논란이 해소되기엔 미흡한 상황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의 주식 매각 동기가 무엇이든 대선 이후 그를 따라다닌 이해 상충 우려를 거의 해소하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 안팎에 여전히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는 데다 금융 관계가 얼마나 얽혀있는지도 아직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CNN머니도 "트럼프가 언제, 왜 주식들을 팔았는지 분명하지 않고 (트럼프의 회사)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의 보유주식을 둘러싼 문제들도 있다"며 6월에 헤지펀드 자산들도 팔았는지를 묻는 자사 요구에 트럼프 측이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국세청의 감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대며 여타 대선 후보들과는 달리 납세보고서도 공개하지 않았다.

CNN머니는 "법적으로 트럼프는 2018년 5월까지 재정보고서를 내지 않아도 되지만 다른 모든 대통령은 1978년 닉슨 스캔들 이후 만들어진 공무원 윤리법에 따라 임기 첫해에 재정 상황을 자발적으로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윤리 자문을 맡았던 놈 아이젠은 WP에 "트럼프가 이해 상충에서 자유로운 자산을 사들였는지 새로운 갈등을 낳을 주식이나 자산을 샀는지 알아야 한다"며 "완전한 재정보고서를 즉각 공개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는 오는 15일 뉴욕 기자회견 때 대통령과 사업가 사이 이해충돌 소지를 없애려고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