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화학상 공동수상자인 영국 출신의 프레이저 스토더트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가 5일(현지시간) 미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향해 '돌직구'를 날렸다.

AFP에 따르면 스토더트 교수는 이날 노벨상 수상 직후 기자회견에서 다른 2명의 공동수상자와 나눠 갖게 된 상금 800만 크로네(약 11억원)에 대해 언급하며 "나는 매우 영리하지 않다.

미국 국세청(IRS)이 상금의 3분의 1을 갖고 도망칠 것"이라며 "여러분 모두 이해했는가? 나는 매우 영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트럼프가 자신이 연방 소득세를 회피한 것은 "영리한(smart)" 행동이라고 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트럼프와는 달리 스토더트 자신은 이번 상금의 3분의 1을 국세청에 세금으로 납부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트럼프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스토더트 교수의 이 같은 '농담'에 행사장에서는 웃음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트럼프는 지난달 첫 대선후보 TV토론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그의 납세 자료 공개를 촉구하며 트럼프가 과거 카지노 허가 신청 당시 연방 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았다고 주장하자 "그래서 내가 영리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튿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1995년 소득세 신고에서 1조원 넘는 손실을 신고했으며 이에 따른 세금공제로 18년간 연방 소득세를 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20년간 산 스토더트 교수는 "이 나라에서 학계에 동력을 제공하는 것은 자선활동"이라며 "내가 원하는 것은 당연히 (받은 것을) 되돌려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토더트 교수는 장 피에르 소바주, 베르나르트 페링하와 함께 분자 수준의 초소형 기계인 '분자기계'를 개발한 공로로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이들의 연구는 향후 암 치료와 로봇공학, 인공기관 등에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스토더트 교수는 자신들의 연구는 "화학 분야에서 근본적인 진보"를 이룬 것이라고 자평하면서 젊은이들에게 비난과 의심에 직면하더라도 목표를 밀어붙이라고 촉구했다.

그는 "초기에는 사람들이 당신이 하려는 것을 왜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판할 수 있다"며 "하지만 그것은 결국 서서히 사그라들 것이고, 그다음엔 인정을 받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