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고령 후보 건강문제 '쉬쉬'…미 언론, 사설 통해 기록 공개 촉구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행사 참석 도중 휘청거리며 건강에 이상이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대선 후보들의 건강기록을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클린턴은 1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9·11 테러 추모행사에 참석했다가 휘청거리며 차량에 실려 갔으며, 이후 주치의는 클린턴이 지난 9일 폐렴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클린턴은 68세,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70세로 모두 고령이다.

이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대선 후보의 건강문제를 놓고 유권자들의 관심이 뜨겁지만 두 후보 모두 그동안 건강상태에 관한 세부 내용 공개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날 클린턴의 의문스러운 '휘청' 사건이 대선 후보의 건강문제를 부각해 더욱 완벽한 의료기록 공개를 요구하는 여론이 거세졌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했다.

2008년까지 20년 넘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데이비드 샤이너는 WP에 "미국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라며 "비행기도 70년, 68년이 되면 45년, 50년 됐을 때만큼 작동하지 못한다.

안 좋은 일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클린턴과 트럼프의 건강에 대한 의문이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다"며 이날 클린턴에게 있었던 일이 "미래 지도자의 현재 건강상태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일깨워 준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도 사설을 통해 후보들의 건강기록 공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유권자들은 후보자 건강에 대해 더 많이 알아야 한다'는 제목의 11일자 사설에서 "시민들이 대통령을 선택할 때 건강상태를 보는 것은 정당하지만, 두 후보 모두 상세한 내용이 빠진 형식적인 서류만 공개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는 72세에 2008년 미국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 존 매케인이 1천 쪽이 넘는 의료 기록을 기자들에게 공개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미 일간 USA 투데이도 이날 사설에서 "유권자들은 대선후보 건강상태를 알기 위해 인터넷에 떠도는 루머에 의존하거나 추측하지 말아야 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자리에 오르려면 모든 유권자가 볼 수 있게 믿을 수 있고 완전한 의료 기록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클린턴과 트럼프 모두 자세한 건강상태를 알 수 있는 기록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으며, 건강 문제와 관련해 주치의가 인터뷰하는 것도 금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해 12월 위장병전문의 진술이 담긴 4문단짜리 기록을 공개했다.

이 기록에는 트럼프 혈압이 정상이며 검진 결과 "놀라울 정도로 훌륭하다"는 진술이 포함됐다.

다만 심장박동수, 호흡기 건강, 콜레스테롤 수치, 과거 병력, 가족력 등은 기록에 없었다.

작년 7월 공개된 2장 분량 클린턴 건강기록에는 2012년 그가 겪은 뇌진탕 관련 정보가 담겼다.

주치의는 당시 클린턴이 겪은 건강문제가 해결됐다고 밝혔다.

클린턴은 국무장관 시절이던 2012년 12월 장염에 걸려 실신해 뇌진탕 증세를 일으켰다가 후속 검진 과정에서 혈전이 발견돼 한 달여간 업무를 중단한 적이 있다.

트럼프는 건강문제로 클린턴을 공격하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클린턴보다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비판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재임 중 병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역대 미국 대통령은 4명이다.

현재 클린턴 나이인 68세에 9대 대통령이 된 윌리엄 헨리 해리슨은 폐렴으로 취임 한 달 만에 사망했다.

12대 대통령 재커리 테일러는 급성 위장염으로 65세에 숨졌다.

29대 대통령 워런 G. 하딩은 심장마비로 57세에,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뇌출혈로 63세에 각각 사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