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5개 경합주 50명 인터뷰…무슬림 비하발언 재발로 여론악화

이라크전에서 자살폭탄테러로 숨진 후마윤 칸 대위와 관련한 '무슬림 비하' 발언을 계기로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면서 트럼프가 주요 경합 주(州)에서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이기야 하는 경합 주 가운데 군(軍) 기지가 있거나, 참전용사들이 밀집한 지역이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전했다.

2004년 이라크전에서 희생된 후마윤 대위의 아버지인 무슬림계 미국인 변호사 키즈르 칸이 지난달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금지 정책을 비판하자 트럼프는 '악의적 공격'이라고 반박하면서 연설 당시 무대에 서있던 후마윤 대위의 어머니가 침묵한 것은 "(여성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이슬람 전통 때문에) 발언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자초했다.

이후 공화당 내에서도 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분출하는 등 트럼프는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그의 베트남전 징병유예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고, 설상가상으로 전쟁에서 부상한 군인에게 수여되는 국가무공훈장 '퍼플하트'를 받으면서 "이렇게 퍼플하트를 받는 게 더 쉽다"고 조크를 던진 것까지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가 11월 본선에서 당선되기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주들 가운데 상당 지역이 군(軍)과 연관돼 있다.

플로리다 북부, 버지니아 해안 지역, 뉴햄프셔와 더불어 노스캐롤라이나, 콜로라도, 애리조나 주의 군 기지들 주변의 소도시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해군 시설이 있는 버지니아 주 남부 포츠머스에 사는 육군 참전용사 로저 팔머(56)는 NYT에 "나는 공화당 조직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대통령은 리더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트럼프를 비판했다.

이 신문은 5개 경합 주에서 군과 연관된 유권자 50여 명을 인터뷰한 결과, 트럼프로부터 아직 마음이 떠난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거부감이 있어도 결국 트럼프를 위해 투표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트럼프에게 기울어 있는 정도인 보수·무당파 유권자에게 이번 논란은 아예 등을 돌리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미 북부 사령부가 있는 콜로라도 주 콜로라도스프링스의 한 참전용사의 어머니는 "솔직히 3차 대전이 일어날까 걱정된다"며 자신의 아들이 트럼프 같은 군 통수권자 아래 있다고 생각하면 몸이 떨린다고 말했다.

플로리다 주 잭슨빌의 퇴역 해군대령 조지 파르넌은 "트럼프는 입 닫고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번 논란이 벌어지기 전인 지난달 여론조사기관 갤럽의 조사에서는 참전용사 가운데 트럼프 대한 호불호가 거의 반반이었다.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대해서는 27%만이 호감을 보였다.

올해 대선에서는 국가안보 문제가 중심 이슈가 되면서 군 출신 유권자들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트럼프에게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quinte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