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무력과시에 아세안 '안절부절'…美 '강수' 대응 가능성도
"향후 中 대응은 중국 판단 '바로미터'…현명한 대응 요구돼"


미국 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과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판결이 나온 후 중국의 불만 표출과 위력 과시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두 가지 사안 가운데 하나는 상대국 주권과 관련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엄정한 국제법정의 결정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대응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내 분위기도 주목할 만하다.

2013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 이후 미국에 버금가는 강대국을 만들겠다는 '중국몽(夢)'에 대한 갈망이 지속해서 고조된 가운데 이번에도 중국 내에선 애국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지난 12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PCA의 중국 패소 판결 이후 중국의 반발은 노골적이다.

중국이 PCA 판결 이전부터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수용할 수 없다고 공식화한 데 이어 판결 이후에는 그 내용이 '휴짓조각'에 불과하다고 무시하고 있다.

그러나 PCA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따라 만든 것이고 중국 역시 해당 협약 가입국이라는 점에서, 중국의 이런 행보는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의 무력시위로 연간 5조 달러의 물동량이 지나는 전략적인 요충지인 남중국해가 위험해역으로 변해간다는 지적도 있다.

PCA 판결 전날까지 1주일 동안 첨단무기를 동원해 남중국해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강행했던 중국은, 판결 이후에는 핵잠수함까지 동원 사실까지 '과시'하고 나섰다.

중국은 남중국해에 대해 방공식별구역(ADIZ)을 설정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방공식별구역 설정은 말 그대로 남중국해를 중국 영해로 천명하고 영공을 방어하겠다는 선언으로서, 그렇게 되면 필리핀·베트남 등과 영해 주장이 겹치는 곳에서의 충돌은 불가피할 수 있다.

이에 맞서 미국은 기존 주장대로 '항행의 자유'를 명분으로 남중국해에 중국이 건설해온 인공섬 등에 통상 영해로 간주하는 12해리 이내까지 군함을 접근시키는 '강수'를 둘 수도 있다.

미중 '강 대 강' 대결이 현실화할 수 있다.

PCA 판결을 전후로 남중국해 관련 국가들은 이미 불안감에 휩싸였다.

태국·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들은 미중 갈등으로 인해 자칫 피해를 볼까 봐 조심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그동안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으로 중국과 날 선 갈등을 보여온 필리핀과 베트남도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실제 소송 당사국인 필리핀도 발언 수위를 조절하며 피델 라모스 전 대통령을 특사로 보내 협상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자국에 불리한 이번 PCA 판결의 배후로 미국 이외에 일본을 지목하고 나서면서, 중일 양국의 영유권 분쟁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를 둘러싼 대립이 재점화할 우려도 제기된다.

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직접적인 안보위협에 노출됐다며 강하게 반발해온 중국은 PCA 판결까지 겹치자 한국에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환구시보 등 일부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관영매체는 사드 배치 결정지역인 경북 성주를 제재하거나, 한국 기업 등을 보복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까지 잇따라 내보내고 있다.

한국 정치인들을 겨냥한 중국 당국의 결례 또는 보복성 조치도 감지됐다.

우선 중국을 방문했던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함께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14일 쑹타오(宋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기로 약속됐었으나, 불과 몇 시간 전에 쑹 부장 측이 회동 불가를 통보했는가 하면 추궈홍(邱國洪) 주한중국대사 역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만찬을 3시간 전에 취소하는 결례를 저질렀다.

시진핑 체제 이후 세계 주요 2개국(G2)으로서 미국과의 '신형대국관계'를 요구하는 중국이라면 그에 걸맞은 태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당국자는 사드문제와 관련해 "점증하는 북한 핵 문제에 대응하려는 목적으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결정했으며 이는 국가 안위를 지키려는 자위적인 조치"라고 강조하면서, 대국인 중국이 한국의 이런 입장을 이해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희옥 성균관대 중국문제연구소장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 결정과 PCA의 남중국해 관련 판결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부상(浮上)하는 중국을 국제사회가 어떻게 볼 것인지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며 "여러 국가가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는 만큼 중국은 그런 기대에 어떻게 부응할지를 잘 생각하며 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