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정보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정보도 보호돼야"
"국가 안보와 사생활 보호 사이 새로운 접점 만들 필요"

테러 용의자의 아이폰 잠금 해제를 둘러싼 미국 법무부와 애플의 다툼 이후 정부의 정보 공개 요구에 기업이 어디까지 응해야 할 것인지가 실리콘밸리의 최대 난제다.

고객의 프라이버시 보호냐, 범죄 척결을 위한 정보 제공이 우선이냐는 어느 쪽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모바일이 일상이 된 지금 인터넷이 생기기 훨씬 전의 법을 근거로 한 수사 협조 요청도, 테러가 횡행하는 시대에 IT 기업이 이윤추구만을 위해 정보 제공을 거부하는 것도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접점'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 "대개 기업들은 정부와의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정부와의 싸움을 선택했다"면서 지난 3년 동안 미국 연방정부를 상대로 4건의 소송을 제기한 MS 법무 총책임자 브래드 스미스 사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스미스 사장은 "현재 회사의 비즈니스와 고객의 이익이 안보와 사생활이라는 측면에서 위기에 처해 있다"며 "특히 어떤 상황에서 정부가 하는 것을 국민이 알아야 할 권리를 포함한 중요한 원칙들도 (논란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MS는 지난 4월 미 법무부가 수십 년 된 전자통신프라이버시 법을 악용해 자사의 서버에 저장된 고객들의 이메일 등을 당국에 넘기라는 법원의 명령을 끌어내고 있으며 이를 고객들에게 알리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가 고객의 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서 그런 사실을 고객에게 함구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미국 수정헌법 1조인 표현의 자유를 위배하는 것이며, 당국의 정보 공개 요구 자체 역시 불합리한 압수와 수색, 체포를 금하고 있는 수정헌법 4조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스미스 사장은 "더 큰 문제는 이들 비밀 유지 명령이 93개의 미국 지방 검찰청에 의해 개별적으로 추진, 수행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일일이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들을 다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서로 분화된 결정구조를 가진 93개의 관청을 상대한다는 것은 일이 망가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MS가 개별 청이 아닌 연방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스미스 사장은 "사람들은 정부의 권한과 개인의 권리가 균형을 이룰 때 기본적으로 안정감을 느낀다"면서 "서류로 작성되고 보관되는 정보와 마찬가지로 클라우드에 디지털로 저장된 정보 역시 똑같은 무게로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IT 기업의 정보 공개 거부에 대한 일각의 비판 여론과 관련, "이 문제는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다"면서 "우리의 전통적 가치를 온전히 보존하면서도 뭔가 알 수 없는 상황 속으로 사회가 움직이고 있을 때 어떤 방식으로 타결책을 찾아내느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전형적이고 궁극적인 어떤 중간 지점이 출현할 시점"이라며 "서로 의견이 다른 양측의 논쟁은 불가피하지만, 그 끝은 악수로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스미스 사장은 애플이 아이폰의 보안기능을 무력화하는 '뒷문'(back door)이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FBI에 제공해야 하는가를 놓고 양측 간 갈등이 불거졌을 때 "의도가 아무리 좋을지라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뒷문으로부터 시작된다"며 애플 지지 의견을 밝히는 등 실리콘밸리에서 정부의 프라이버시 침해에 가장 강력히 반발해온 인물로 꼽힌다.

하지만 스미스 사장은 지난해 말 파리 테러 이후 정부의 적법한 수사협조 요청 14건에 대해 30분 이내에 처리하는 등 적절히 협조해 왔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