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일보, 문혁 50주년 앞두고 4개월전 문혁 부정 발언 공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문화대혁명(문혁·1966∼1976)을 '10년 동란'으로 지칭하면서 지도사상의 좌경화를 경고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13일 싱가포르 연합조보(聯合早報)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지난 10일 보도한 시 주석의 지난 1월 성부급(장차관급) 고위간부 대상 강연록을 통해 시 주석이 35년전인 1981년 문혁에 대한 공식 평가를 계승한 사실을 재확인했다.

시 주석은 중국 공업화를 결산하는 대목에서 "지도사상에 좌경화의 잘못이 나타나면서 문혁 같은 10년 동란이 발생했다.

여기에 사회주의 건설 규율에 대한 심층적 인식이 충분치 않았고 대규모 공업화 건설도 원활하게 지속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은) 문혁 기간에 기본적으로 세계와 격리돼 있었다.

개혁·개방 이후 우리는 경제의 글로벌화가 가져온 기회를 충분히 이용해 대외개방을 부단히 확대하고 중국과 세계의 관계에 역사적 변혁을 실현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혁 관련 발언은 관영 신화통신이 당일 보도한 시 주석의 강연 내용에는 빠져있던 대목이다.

문혁에 대한 시 주석의 부정적 입장을 당 기관지가 뒤늦게 공개한 것은 오는 16일 문혁 발동 50주년을 앞두고 사회 일각에서 일고 있는 문혁 재평가론에 쐐기를 박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과거 중국 공산당이 문혁에 대해 내렸던 평가를 시진핑 현 지도부도 계승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1976년 9월 마오쩌둥(毛澤東) 사망후 장칭(江靑) 등 4인방 세력의 축출로 종결된 문혁은 1981년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당과 국가, 인민에게 가장 심각한 좌절과 손실을 안겨준 마오쩌둥의 극좌적 오류"라는 공식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중국 지도부가 지난 35년간 문혁 시대를 청산하는데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며 문혁 논의를 금기시하면서 최근 시 주석 개인숭배 논란, 언론·사상 통제 강화와 함께 과거 문혁시대로 회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었다.

특히 지난 2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 걸그룹 공연에서 문혁 시대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의 개인숭배를 고취하는 가곡 등이 울려 퍼지고 문혁 시대 구호와 표어들이 걸리자 문혁 재현론이 일었다.

공연 주최측에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 사회주의 핵심가치관 선전교육판공실'이 포함돼 있어 중국 지도부의 의중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당시 공연을 승인한 베이징시 시청(西城)구측은 공연 주최측이 내건 조직은 '허구'라고 확인했다.

연합조보는 "이번 시 주석의 문혁 관련 보도는 지난 2일 인민대회당 공연이 시 주석 개인의 의사가 아니었으며, 문혁을 둘러싼 좌우 논쟁을 불식시키려 문혁을 철저히 부정하는 최고지도부의 입장을 보여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왕위카이(汪玉凱) 중국 국가행정학원 교수는 시 주석 자신도 문혁 시기 궁벽한 농촌벽지로 하방(下放)돼 고초를 몸소 겪었던 피해자로서 문혁의 비극에 대해 심각한 인식이 있으며 "좌파를 극도로 혐오하는 마음이 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이 같은 문혁 관련 발언 외에 2만자 분량의 강연록에서 "공급개혁이 수요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 소비자가 전기밥솥과 화장실 변기 덮개, 분유 등 일상용품을 해외에서 구매하는 현상을 꼽았다.

그러면서 "우리가 말하는 공급 측면 구조적 개혁은 서방의 공급 (개혁 중시) 학파와 다르다"며 "일부가 자체 해석을 이용해 신자유주의를 퍼뜨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