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보경 교수, 2015년 검정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 8종 분석

일본의 과거사 청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가운데 일본 중학교에서 사용되는 역사 교과서에서 '신라가 일본에 조공을 바쳤다'는 등의 왜곡된 내용이 또 발견됐다.

9일 동북아역사재단에 따르면 서보경 고려대 동아시아문화교류연구소 연구교수는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 고대 한일관계 기술에 대한 분석' 논문에서 2015년 검정 통과한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 8종의 고대 한일관계와 관련된 내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일부 교과서에서 "신라가 일본에 '임나'(那·일본이 가야지역을 이르는 말)의 산물을 보냈다"는 등 잘못된 서술이 추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지유샤(自由社) 교과서는 2011년 판에서 "562년 드디어 임나는 신라에 멸망 당해 야마토(大和) 조정은 조선에서 영향력을 상실했다"고 기술했다.

,
그러나 2015년 판에는 "임나가 멸망하자 신라는 이 문제에 일본이 개입하는 것을 피하고자 일본에 임나의 산물을 보내 우호적인 자세를 취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는 한국과 일본 학계에서 이미 폐기된 학설로 여겨지는 '임나일본부설'('일본이 고대 한반도 가야지역에 임나일본부라는 기관을 두고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설)을 다시금 끄집어낸 것이기도 하다.

서 연구교수는 "'신라가 일본에 임나의 산물을 보냈다'는 것은 '신라가 임나의 산물을 일본에 공납했다'는 의미"라며 "이는 가야에 대한 왜 왕권의 지배 논리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지유샤의 기술은 '임나일본부설'을 표면적으로 드러냄으로써 기존의 한일 관계사 연구를 심각하게 역행했다"고 비판했다.

이외에도 양국 고대사를 왜곡하거나 틀린 표현을 쓰는 경우가 상당수 발견됐다.

8종 교과서 모두 '한반도'를 '조선반도'라고 표현했고, 가야는 '가야'와 '임나'를 혼동해서 기술했다.

이쿠호샤(育鵬社)는 '광개토왕비'의 비문 중 하나인 '신묘년조'의 사진을 제시하면서 "'왜가 조선반도에 출병해 백제와 신라를 복속시켰다'고 쓰였다"고 왜곡했다.

서 연구교수는 "고대 일본이 한반도 제국을 정복했다고 하는 것은 4∼6세기 한일관계나 한일관계에 관한 기존의 연구사를 무시한 서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야 지역은 왜국의 지배 혹은 보호 대상으로, 백제와 신라 등 한반도 제국에 대해서는 우위의 위상을 유지한 것으로 기술하고 있다"며 "한일 고대상을 대체할 만한 논리 체계가 재구축되기 전에는 역사 교과서에 기술된 한반도 제국과의 관계 기술은 온전한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논문은 동북아역사재단이 발행하는 학술지 '동북아역사논총' 최신호에 실렸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