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銀 발표직후 시장 돌변…도쿄증시 3.6%↓, 달러당 엔화값 108엔까지

일본은행이 28일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추가부양책을 내놓지 않았다.

유럽중앙은행(ECB)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이어 꿈쩍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른 실망감에 주가는 고꾸라지고 엔화가치는 급등하면서 일본 금융시장은 쇼크에 빠졌다.

일본은행은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약 6대 4의 비율로 추가 금융완화를 예상했던 시장의 기대와 달리 기존 통화정책을 그대로 유지했다.

정책금리는 현행 -0.1%로 동결하고, 자산매입 규모도 연간 80조엔(약 821조원)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이달 14일과 16일 연쇄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구마모토(熊本) 지역 금융기관에 대해 총 3천억 엔(약 3조1천365억원)의 대출 지원을 하기로 했을 뿐이다.

이 같은 결정은 그간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의 발언과 상반되는 것이다.

구로다 총재는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20일 의회에서 통화정책 반기 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물가안정 목표 달성을 위해 양적 질적 완화책뿐만 아니라 금리 정책 등 세 가지 차원에서 추가 완화 조치를 시행하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다.

앞서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도 "물가상승률 목표치인 2% 달성에 필요하다면 추가 조처를 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블룸버그 집계에서 애널리스트 41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23명은 이번 통화정책 회의에서 추가 완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19명은 일본은행이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봤고, 8명은 국채매입규모 확대를, 8명은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일본 금융당국은 시장의 예상과 정반대로 움직였다.

이에 따른 충격에 일본 도쿄증시에서 닛케이지수는 3.6% 급락 마감했고, 엔화가치는 달러당 108엔까지 치솟았다.

특히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타격이 예상되는 은행주들이 최대 9% 가까이 폭락했다.

오전장에서 추가부양 기대감에 닛케이지수가 2% 가까이 오르고, 엔화가치는 111.88엔까지 떨어졌던 데 비하면 롤러코스터 장세다.

이번에 일본은행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올해 초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효과를 조금 더 지켜볼 필요성이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최근 G20(주요20개국)에서 일본의 환시 개입 가능성에 급제동을 건 미국의 눈치를 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도요시마 이쓰오씨 도요시마 어소시에이트 대표는 "이번 일본은행의 결정으로 미국 연준은 안도했을 것"이라면서 "달러 강세가 애플 등의 기업실적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행의 추가부양이 미뤄지면서 달러 약세라는 시장환경이 굳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추세 속에서 올 3분기 이전에 일본은행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아야코 세라 스미토모 미쓰이 신탁 시장 전략가는 블룸버그 통신에 "일본은행이 10월 31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통화정책회의까지 추가 양적완화를 보류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마이너스 금리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달러당 100엔 이하로 떨어지면 일본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쿄 미쓰미시 UFJ 은행의 세키도 다카히로 전략가 역시 "일본은행은 아마도 마이너스 금리의 유효성을 가늠할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러봤자 10월에나 완화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와 증권의 노구치 마이코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7월에 추가 양적완화를 기대하지만, 이는 더 늦춰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이 율 김경윤 기자 yuls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