궈보슝·링지화 등 대상…"시진핑 지시로 국내외관심 전환"

중국의 '부패 호랑이'(고위 관리)에 대한 재판이 조만간 잇따를 전망이다.

중국군 '부패 몸통'으로 불리는 궈보슝(郭伯雄·74)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과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비서실장을 지낸 링지화(令計劃·59) 전 통일전선공작부장이 그 대상이다.

중국군 검찰이 최근 궈보슝의 수뢰사건 조사를 마무리하고 기소를 위한 심사절차에 착수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명경신문망(明鏡新聞網)은 8일 링 전 부장에 대한 재판이 임박했다면서 검찰은 그에게 사형 집행유예 또는 무기징역을 구형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들 거물 호랑이에 대한 재판 소식은 중국 지도부가 친인척의 해외 재산 은닉의혹이 불거지면서 난감한 입장에 빠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왔다.

각국 지도층의 해외 재산 도피 의혹을 폭로한 이른바 '파나마 페이퍼스'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을 비롯해 중국 전·현직 정치국 상무위원 8명의 친인척이 포함돼 있다.

중국 당국이 이 시점에 호랑이 재판을 열어 국내외 관심을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어 파나마 문건의 파문 확산 차단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이와 관련해 시 주석이 파나마 페이퍼스 대응 방안을 직접 지시했다고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이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전반적으로 침묵을 지키면서 냉정하게 대응하라는 내용의 지침에는 '궈보슝 사건'수사 결과를 앞당겨 발표해 국내외 시선을 돌리라는 책략이 맨 앞줄에 들어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외국 순방을 계속해 외부 세계에 중국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상무위원들도 식목일 행사 등에 참가해 정국의 안정을 홍보·선전하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밖에 각 부문은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올 경우 '논평 보류'로 일관하고, 중앙 선전부와 국가인터넷사무판공실에는 여론 통제를 강화하라는 지침이 시달됐다.

중화권 매체인 차이나디지털타임스는 별도의 기사에서 중국 당국이 최근 각 웹사이트 운영사에 자체 검열을 통해 파나마 페이퍼스의 폭로와 관련된 보도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微信·위챗), 게시판, 클라우드 등 내용을 삭제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인터넷에 유출된 당국 문건을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파나마 문건 관련 모바일 콘텐츠도 동시에 삭제하라고 주문했다.

중국 한 성(省)의 인터넷 당국도 파나마 페이퍼스 관련 보도를 찾아서 삭제하라며 어떤 웹사이트에서라도 외국 매체가 중국을 공격하는 내용이 발견되면 엄중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조성대 기자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