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환율조작국’을 겨냥한 미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미국이 환율조작국에 제재를 가하는 내용을 담은 ‘베넷-해치-카퍼(Bennet-Hatch-Carper) 수정법안’ 발효가 가시화하고 있다. 미 의회가 환율조작국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요구해 온 데다, 이 법안이 미국이 불공정 무역에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는 슈퍼 301조의 환율 버전이 될 것이라는 외신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간단히 볼 일이 아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BHC 수정법안 검토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 법안이 발효되면 세계 모든 국가의 무역, 외환, 통화, 산업 등 경제정책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BHC 법안이 새롭게 수정된 ‘무역촉진법 2015’ 중 핵심인 교역상대국의 환율에 관한 규정 부분을 특별히 의미한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특히 미국과의 무역에서 상당한 흑자를 얻는 나라,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는 나라 가운데 환율시장 개입이 의심되는 나라가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어서 한국으로서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국내 일각에서 한국은 제재 대상국이 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며 가볍게 치부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외환당국은 등락폭이 커질 때 ‘스무딩 오퍼레이션’에 나설 뿐이다” “미국이 환율조작 제재에 나서면 통상마찰로 번질 우려가 있는 만큼 제한적일 것이다” 등 대상국이 설마 한국이겠느냐는 식이다. 그러나 이건 우리 생각일 뿐이다.

한국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이고 최근 3년간 전체 경상수지가 GDP의 6%를 웃도는 나라다. 한국이 빠진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더구나 미국 의회는 중국은 물론 한국 등도 환율조작이 의심된다는 주장을 계속해 왔다. 미국의 무역장벽보고서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BHC 법안 내용을 보다 면밀히 분석하고 사전에 치밀한 대응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위해 미국과 협상하는 과정에서도 환율문제는 어차피 넘어야 할 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