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비교적 높은 수준의 경제협의체를 출범시킬 예정이라고 일본 언론이 보도해 우리 정부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6일 중국과 일본이 경제·금융 문제를 논의할 첫 양국 간 협의체를 연내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 협의체에는 양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함께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 "중·일 경제협의체, 한국에 나쁠 것 없다"

우리 경제정책당국 관계자들은 당사국 정부 발표가 아닌 언론보도 내용이어서 공식 언급을 할 순 없지만 중국과 일본의 경제협력 강화가 우리나라에도 나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정책당국의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중국과 일본, 양국 간의 관계는 당사국들이 필요에 의해서 판단할 문제"라고 전제하면서 "양국의 경제협력이 (한국에) 부정적이라고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현재 한국과 중국은 지난해 10월 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실무급 협의를 계속하고 있고, 중앙은행 차원의 협력 채널도 갖고 있다"며 "일본과는 지난해부터 재무장관회의를 재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중국, 일본과 별도의 협력 채널을 두고 있는 만큼 중국과 일본이 협의체를 구성하게 되면 3국 간 협력채널이 자연스럽게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에선 한중일 세 나라가 추진하는 자유무역지대 건설이나 중국이 주도하는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 한중일 FTA 등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한국은 '견원지간'인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그간 다리를 놓으려고 노력했다"면서 중국과 일본의 경제협력이 한국에 불리한 요인으로만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일 경제협의체의 범위와 협력 수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만큼 향후 추이에 대해선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외경제정책 라인의 한 관계자는 "중·일 경제협의체 구성과 협력의 분야와 범위를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면서 "두 나라 정부의 공식적인 발표를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韓中 상당 수준 경제협력…韓日 재무장관회의가 협력채널

한국은 이미 중국, 일본과 어느 정도 수준의 경제협력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한·중·일 협력 관계에서 한국만 제외된 형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중국과는 상당한 수준의 협력 채널이 구축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중국과의 주요 협력채널은 한·중 정상회담 이후 협의 사항을 추진하기 위한 양국 경제부처·실무진들의 교류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있었던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의 정상급 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을 추진하기 위해 중국 측과 실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당시 정상급 회담에서 두 나라는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한국 원화와 중국 위안화를 직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한국의 위안화적격외국인투자자(RQFII) 투자 한도를 800억 위안에서 1천200억 위안으로 대폭 늘리는 데 합의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우리 정부가 중국 본토 채권시장에서 처음으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을 발행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중국 본토에서 외국 정부가 국채를 발행한 첫 사례였다.

이에 앞서 2014년에는 박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이후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연내 타결, 서울에 원·위안화 직거래시장 개설 등에 합의했다.

중앙은행 차원에선 한국은행이 중국 인민은행과의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과의 주력 경제협력 채널은 지난해 5월 재개된 한·일 재무장관회의다.

기획재정부의 국장급 이상 공무원이 대거 참석하는 큰 규모의 회의다.

한국과 일본은 역사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중단됐던 재무장관회의를 2년 6개월 만에 다시 열면서 매년 만나기로 한 상태다.

◇ "양국 필요에 따라 협의체 구성하려는 듯"

전문가들은 중·일 양국이 경제협의체를 구성하려 한다는 일본 언론 보도와 관련해 양국이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천용찬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국이 일본에 외교적 공세를 많이 퍼부었지만 중국과 일본의 무역은 전혀 흔들림이 없을 정도로 양국은 정치·외교와 경제문제를 분리했다"면서 "경제협의체 구성 추진도 양국이 서로 실리를 챙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천 연구원은 "중국 입장에서는 일본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고 일본은 중앙은행 간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한국은 중국과 일본 두 나라의 특성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중국은 산업 구조조정과 경제 연착륙 필요성이 있고 일본은 대 중국 의존도가 높아 양국 간에 경제협력 방안을 논의할 채널이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을 따돌리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우리 정부는 협의체 구성 배경과 협력 수준을 정확히 파악해 적절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연합뉴스) 이상원 박초롱 김수현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