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강한 투기성 가상화폐로 국제적 논란을 일으켰던 비트코인에 담긴 기술혁신이 투명성과 안전성을 갖춘 효율적인 자산거래 기술로서의 잠재성 덕분에 국제금융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31일 전했다.

'블록체인'이라는 비트코인의 핵심기술을 활용할 경우 은행이나 개인이 비싼 수수료를 물어야 하는 다단계 중간거래매체나 중앙기관 없이 직접 돈과 주식이나 채권 같은 자산을 신속하고 안전하게 거래하고 그 기록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특정한 중앙 발행기관이나 관리기관이 없는 비트코인의 모든 사용자가 거래 내역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온라인 공공 거래장부를 일컫는다.

이 기술은 회계, 음악, 언론 등 여러 산업분야에서 활용 방안이 연구되고 있지만, 영국의 바클레이스 은행이 전담팀을 두고 비트코인 기술을 금융분야에 활용하는 20가지 실험을 진행하는 등 국제금융계가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인력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지난 4월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맨해튼 사무실에서 열린 비공개 회합에선 10여 개 대형 은행들의 임원이 모여 외환거래에 비트코인 기술을 이용하는 방안을 내밀하게 논의했다.

미국과 영국의 중앙은행인 미국연방준비제도와 뱅크오브잉글랜드도 전담팀을 만들어 이 기술을 들여다보고 있다.

제이피모건 체이스의 기업전략팀장인 막스 누키르센은 비트코인 기술의 금융활용이 "1년 전만 해도 아이디어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실제 기회가 됐다"며 "시험해보면, 이 기술이 금융 인프라의 미래 발전에 관한 우리의 사고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국제금융계가 주목하는 것은 비트코인을 전 세계적으로 즉시, 그리고 거의 무료로 유통시킬 수 있는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이다.

현재 전자거래는 어떤 종류이든 돈을 전송하고 그것을 기록하는 중앙기관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데, 국제금융기관들이 찾고 있는 것은 이러한 중앙기관 없이 거래를 가능케 하는 블록체인기술을 비트코인과 관계없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최근 빌보드지에 따르면, 여러 신생업체들이 블록체인과 같은 디지털 장부 기술을 활용해 중앙의 기록기관을 거치지 않고 음악 다운로드 기록에 따른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미국의 버몬트 주정부는 지난 6월 합법적인 기록보관 방법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방안에 대한 연구에 착수하는 등 미국 내외의 각급 정부들도 이 기술의 활용도를 찾아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국의 나스닥을 운영하는 나그닥OMX그룹은 비상장회사의 주식을 비트코인 기술에 기반해 거래하는 프로그램을 출시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다른 여러 종류의 시장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거래를 더 신속하고 값싸게 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골드만삭스, 시티그룹 등 같은 대형 금융기관들도 최근 이 기술을 연구하는 신생기업들에 투자하거나 자체적으로 관련 실험을 하고 있다.

이들 금융기관이 보기엔 이미 문제는 이 기술이 활용될 수 있느냐 여부가 아니라 언제인가 이며, 때를 두고는 앞으로 수년에서부터 짧게는 당장 내년에라도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신문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