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의 반정부 시위대가 26일 방콕의 한 투표소 앞에 모여 조기 투표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날 시위로 방콕에서 진행되던 조기 투표는 대부분 무산됐다. 방콕신화연합뉴스
태국의 반정부 시위대가 26일 방콕의 한 투표소 앞에 모여 조기 투표를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날 시위로 방콕에서 진행되던 조기 투표는 대부분 무산됐다. 방콕신화연합뉴스
태국에서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조기 총선을 앞두고 선거 당일 투표할 수 없는 유권자들을 위해 실시한 조기 투표 과정에서 반정부 시위대의 핵심 지도자 가운데 한 명이 숨져 파문이 일고 있다.

26일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대는 이날 방콕 외곽인 방라지구 왓스리이암 투표소에서 조기 투표를 저지하던 중 친정부 ‘레드 셔츠’ 시위대와 충돌, ‘탁신체제 전복을 위한 국민민주세력’ 지도자인 수틴 타라틴이 총에 맞아 숨졌다.

이번 사태는 태국이 조기 총선을 앞두고 전국에서 일제히 조기 투표를 실시하던 중 발생했다. 목격자들은 ‘레드 셔츠’ 시위대 중 한 명이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하고 폭탄을 던졌다고 말했다.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시위대가 충돌한 것은 처음으로, 앞으로 정국 불안이 가중될 전망이다.

반정부 시위대는 50개에 달하는 방콕 내 투표소의 대부분을 폐쇄하거나 봉쇄해 투표를 취소시켰으며, 야당세가 강한 남부지역에서도 다수의 투표소에서 투표를 저지했다. 그러나 북부 동부 중부 등 대부분의 다른 지방에서는 투표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이번 조기 투표는 조기 총선 연기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총선이 정상적으로 실시될 수 있을 것인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로 간주돼 왔다.

앞서 잉락 친나왓 총리는 반정부 시위를 진정시키기 위해 지난해 12월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하기로 했다. 잉락 총리의 오빠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세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반정부 시위대는 선거 전 정치개혁을 주장하며 총선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태국 정부는 교통과 정부 운영을 마비시키려는 ‘방콕 셧다운(shut-down)’ 시위가 계속되는 데다 총격, 폭탄 투척 등 폭력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자 지난 22일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