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 아랍권의 외교관과 정치인들이 잇따라 이집트를 방문해 군부의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 축출 이후 사태 해결을 위한 중재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무르시 대통령의 세력 기반인 무슬림형제단과 무르시 축출 이후 새로 들어선 임시정부 모두 입장이 바뀐 것이 없다며 양보 없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윌리엄 번스 미국 국무부 부장관은 베르나르디노 레온 유럽연합(EU) 중동 특사와 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 외무장관과 함께 5일(현지시간) 교도소에 수감 중인 카이라트 엘샤테르 무슬림형제단 부의장을 만났다.

이들의 구체적 면담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한 EU 관계자는 "군부가 구속된 무슬림형제단 간부들의 기소를 취소하고 이들을 석방하는 한편, 형제단은 카이로의 광장 두 곳에서 농성하고 있는 무르시 지지 시위대를 해산하도록 하는 방안을 설득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존 매케인(공화ㆍ애리조나), 린지 그레이엄(공화ㆍ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도 이집트의 신속한 민정 이양을 촉구하기 위해 이날 카이로에 도착했다.

앞서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고위 대표이 비공개 장소에 구금 중인 무르시 전 대통령을 면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무슬림형제단과 임시정부 모두 이들 행위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의 게하드 엘하다드 대변인은 "군부 쿠데타의 전면적 철회·원상복구라는 우리 입장은 변함 없다"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그는 또 무르시 정부의 정통성에 대한 입장도 변치 않았다고 덧붙였다.

아들리 만수르 임시 대통령의 아흐메드 엘무슬레마니 대변인 역시 무르시 전 대통령이 축출된 날 선포된 정치 일정을 협상으로 조금도 바꿀 수 없다고 밝혔다.

임시정부에 참여하고 있는 사회민주당의 무함마드 아불-그하르 당수는 무슬림 형제단이 농성을 풀어야 협상이 용이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미국과 유럽은 (형제단의) 확실한 입장을 임시정부에 전해 주지 못했다"고 실망감을 보였다.

(카이로 AP·AFP=연합뉴스) ra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