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60년, 기적의 60년] "잊혀진 전쟁 아닌 명예로운 전쟁…한국의 성장 보면 참전 자랑스러워"
6·25전쟁 참전용사 출신인 찰스 랭글 미국 연방 하원의원(82·민주·뉴욕). 22선(選), 43년의 의정 경력을 갖고 있는 랭글 의원은 미 의회 내 대표적인 ‘지한파’다. 그는 지난해 존 코니어스 등 다른 6·25전쟁 참전용사 출신 의원들과 2012~2013년을 ‘한국전 참전용사의 해’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올해 미국에서 사상 최대 규모로 열리는 정전 60주년 기념행사를 일군 주인공이다.

랭글 의원은 “역사가 한국전 참전용사를 잊기 전에 영웅들에 대한 예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주의는 참전용사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잊혀진 전쟁’이 아니라 ‘잊혀진 승리’로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25일(현지시간) 워싱턴 미 의사당에서 열린 정전 60주년 기념식 리셉션에서 그를 만났다.

▷한국전 참전용사로서의 특별한 감회는.

“많은 세월이 흘렀다. 1951년 희망이 없어 보였던 한국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장한 모습을 보면 6·25전쟁에 참전한 것이 자랑스럽다. 정전 이후 한국과 미국의 우정은 그 세월만큼 깊어졌다. 이제는 전쟁을 완전히 종식시켜야 한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머지않아 남북통일이 이뤄지길 희망한다.”(랭글 의원은 지난달 의회에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했다)

▷2012~2013년을 ‘한국전 참전용사의 해’로 지정하는 결의안을 제출한 배경은.

“참전용사들이 대부분 80대 고령이다. 70주년 기념식에는 많은 분이 참석하지 못할 수 있다. 올해 60주년 기념식이 영웅들에게 마지막으로 감사해 할 기회일 수 있다. 참전용사들의 희생 가치는 북한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런데 아쉽게도 6·25전쟁은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잊혀진 전쟁’이 아니라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킨 ‘명예로운 전쟁’ ‘잊혀진 승리’로 불러야 한다.”

▷정전 60주년 기념행사가 과거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미국 정부가 60주년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치르고, 크게 조명하고 있는 것은 6·25전쟁 당시 북한을 지원한 중국이 여전히 북한을 지원하고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한·미 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튼튼하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하는 것은 영웅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도 북한과 중국을 향해 굳건한 한·미 동맹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있다.”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은 정전 60년 만에 폐허를 딛고 세계 강국으로 성장하고 발전했다. 지금도 성장하고 있는 젊은 나라다. 이런 민주주의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게 정말 행운이라는 것을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만약 미국을 비롯해 우방국들이 한국전에 참전하지 않았다면 한반도 전체가 지금의 북한처럼 됐을 것이다.”

랭글 의원은 1950년 8월 미 2사단 503야전포병대대 일병으로 참전했다. 부산에 상륙해 낙동강을 거쳐 서울, 평양을 지나 청천강 군우리전투에서 중공군에 포위됐다. 동료 시신 사이에서 죽은 체하며 하나님께 “살려주신다면 죽을 때까지 어떤 잘못도 하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기도했다고 한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