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시 대통령 지지 시위도…취임 1년만에 최대 고비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맞은 30일 이집트가 이른바 '결전의 날'을 맞았다.

야권과 시민단체가 주축이 된 '타마로드'(반란)는 이날 오후 카이로 민주화 상징 타흐리르 광장을 비롯한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타흐리르 광장에 운집한 수천 명의 시위대는 이날 오후 5시(현지시간)께 대통령궁을 향해 행진을 시작할 예정이다.

일부는 전날부터 타흐리르 광장에 집결, 텐트촌을 만들며 자리를 선점했다.

이들은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축출한 2011년 혁명 당시의 '국민은 정권 축출을 원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이집트 국기를 흔들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반정부 시위는 카이로, 알렉산드리아, 나일델타 지역의 메누프·마할라, 운하 도시 수에즈, 포트사이드는 물론 무르시 대통령의 고향인 자가지그에서도 열렸다.

이날 이집트 전역의 시위에는 최대 100만 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르시 반대 세력은 이날을 이집트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날로 인식하고 '무르시 퇴진'과 '조기 대통령 선거'를 촉구하기로 했다.

타마로드는 '무르시 반대' 서명 운동에 지금까지 2천200만 명 이상이 동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6월 30일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 무르시는 취임 1년 만에 최대 고비에 직면했다.

타마로드는 평화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으나 무르시 지지 세력과 충돌할 경우 유혈 사태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르시 지지자 수천 명도 이날 오후 대통령궁에서 멀지 않은 카이로 도심 나스르시티의 라바 알아다위야 모스크(이슬람 사원) 앞에서 무르시 지지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전날에도 나스르시티에 모여 자유민주주의 선거로 선출된 무르시 정권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맞불 시위를 벌였다.

무르시는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잔재 세력이 이번 시위를 주동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날 오전 카이로에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앞두고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카이로 주재 일반 기업체 대다수와 은행은 이날 휴무를 결정했으며 각국 외국 대사관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자국민에게 외출 자제를 당부했다.

주이집트 미국, 영국 대사관은 이날 문을 닫는다고 공지했다.

카이로 주재 한국대사관은 시위 사태가 악화할 경우에 대비해 비상 대기조를 편성·운영키로 했다.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오늘 오후부터는 가능한 외출을 자제하고 도심과 집회시위 장소에는 절대 접근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전날 카이로와 알렉산드리아, 항구도시 포트사이드 등 전역에서는 무르시 찬반 세력이 충돌해 미국인 1명을 포함해 최소 8명이 숨지고 수백 명이 부상했다.

(카이로·두바이연합뉴스) 한상용 유현민 특파원 gogo213@yna.co.kr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