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8개국(G8) 정상들이 조세 피난처를 이용한 다국적 기업의 탈세를 막기 위해 각국의 세금 관련 정보를 교환하기로 합의했다.

G8 정상들은 17~18일(현지시간) 북아일랜드 로크에른에서 열린 회담 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정상들은 성명을 통해 주로 다국적 기업들이 탈세할 목적으로 조세 피난처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의 실질적 소유주가 누구인지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각국 조세당국이 국가별 조세정보를 교환하기로 했다.

정상들은 또 오는 9월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다국적 기업의 국가별 납세자료 공개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하자고 합의했다. 아울러 기업들이 세금 회피 목적으로 이윤을 다른 나라로 옮기는 행위를 막아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복잡한 지배구조를 만들어 주로 신흥국에서 탈세를 일삼는 자원개발 회사들은 “더 투명하게 경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양적완화 정책인 ‘아베노믹스’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4월 G20 중앙은행 총재·재무장관 회의 때 아베노믹스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과는 달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아베 총리와 별도 회담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아베 총리는 일본이 가까운 시일 안에 경제구조 개혁에 착수하고 긴축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문제는 내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에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방안을 내놓으라고 간접적으로 압박한 셈이다.

유광열 기획재정부 국제금융협력국장은 “4월에는 일본의 각종 경제지표가 안정된 상황이어서 재정 안정은 ‘숙제’로 미뤄둘 수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일본 국채 금리가 오르는 등 아베노믹스의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어 국제사회의 시선도 많이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G8 정상들은 유럽연합(EU)에 “은행연합을 빨리 추진하라”고 압박했다. 은행연합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역내 모든 은행을 통합 감독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은행 부실→정부자금 지원→해당국 재정적자 심화→구제금융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끊자는 취지에서 구상됐다. EU는 지난해 10월 정상회의 때 은행연합 추진을 공식 발표했지만 각국의 의견이 엇갈려 진척이 더딘 상태다.

정상들은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해 “나아지고 있지만 침체 위험이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