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승리한 이후 유력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양자대결 구도의 대척점에 선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와 깅리치 진영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며 지지세 확산에 부심하고 있다.

'남부표심'에 일격을 당한 롬니 전 주지사는 22일(현지시간) 자신의 납세내역을 오는 24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롬니는 그동안 사모투자회사인 베인캐피탈에서 재산을 형성한 과정과 세금 납부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것 때문에 다른 후보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당했다.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미국 중산층 근로자보다 낮은 15% 정도의 세율을 그동안 적용받아 왔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초래했다.

미국에서 연간 3만5천350달러 이상을 버는 근로자의 경우 초과분에 대해서는 25%의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1억9천만∼2억5천만달러 사이의 재산을 갖고 있다고 공개한 롬니가 낮은 세율을 적용받은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미국에서 주식이나 자본이익에 의해 발생한 소득에 대한 세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15%를 적용받는데, 이런 낮은 세율은 백만장자 워런 버핏이 부자증세를 요구한 배경이 되고 있다.

롬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버핏세' 제안에 반대했다.

특히 사우스 캐롤라이나 경선을 하루 앞두고 깅리치는 자신의 세금 납부 내역을 전격 공개해 롬니를 궁지에 몰았다.

그는 지난 2010년에 310만달러 정도의 소득을 얻었으며 이 가운데 30% 이상을 세금으로 납부했다고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롬니를 공격하기 위한 의도가 다분했고, 그 노림수가 주효했는지 프라이머리에서 두자릿수 이상의 격차로 롬니를 따돌리는데 성공했다.

롬니가 납세내역을 공개하기로 한 것은 깅리치의 기세를 꺾기 위해 앞으로 더욱 적극적인 행보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롬니 진영은 그러면서 깅리치의 아킬레스건에 해당하는 과거 경력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공화당의 차기 주자로 유망한 크리스 크리스티 미국 뉴저지 주지사는 이날 깅리치를 향해 "당의 골칫거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특히 깅리치가 "윤리위반으로 30만달러의 벌금까지 낸 인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 역사상 재임 중 윤리규정을 위반한 유일한 하원의장이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깅리치의 아픈 대목을 정면으로 거론한 것이다.

깅리치 전 의장은 1998년 자신이 세운 세금이 면제되는 재단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한 것이 발각돼 3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는 그가 1999년 초 정계를 은퇴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의 하나로 작용했다.

깅리치가 롬니의 대항마로 부상하자 공화당내 보수세력은 '후보단일화'를 시도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릭 샌토럼이 보수파들로부터 후보 사퇴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WP는 보수파들은 깅리치와 샌토럼이 모두 경선에 계속 참여하는 것은 롬니를 후보 선출로 이끄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샌토럼은 당장 후보직을 사퇴할 뜻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이날 CNN방송에 출연한 자리에서 "전혀 (사퇴) 압력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깅리치에 대해 "뉴트는 위험성이 매우 높은 후보"라고 공격했다.

샌토럼은 전날 저녁 경선결과가 발표된 뒤에 가진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사실을 상기시키며 "3개 주에서 3명의 승자가 나왔다"며 깅리치의 승리 의미를 깎아 내리기도 했다.

샌토럼 측은 3명의 후보가 모두 한 차례씩 승리한 만큼 공정한 경쟁의 장이 마련됐다면서 오는 31일 실시될 플로리다 프라이머리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 이후 양자 대결구도가 확연해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의 열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롬니와 깅리치 진영의 신경전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워싱턴연합뉴스) 이우탁 특파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