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원전 특수천 포장 등 방안 검토…수습여부 여전히 미지수

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앞바다에서 법정 상한선의 3천355배에 이르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일본 당국과 원전 운영업체 도쿄전력은 지난 11일의 강진과 뒤이은 지진해일(쓰나미)로 파손된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더 이상 유출되지 않도록 하려고 30일에도 일부 원자로 격납 건물 전체를 특수 가공된 천으로 덮는 등의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원자로를 냉각시키려면 물을 계속 투입해야 하는 상태에서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채 원전 내부에 고인 물도 제거해야 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이 짧은 시간 안에 개선되기는 여전히 힘들다고 현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日원전 앞바다 방사성 요오드 함량 기준치 3천355배로 치솟아 = 일본 원자력안전보안원과 도쿄전력은 전날 오후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에서 측정한 결과 방사성요오드(요오드-131) 함량이 법정 상한선의 3천355배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지금까지 측정된 가장 높은 수치다.

같은 해역의 방사성요오드 수치는 지난 26일 기준치의 1천250배, 지난 27일 1천850배에 이어 빠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AFP통신에 따르면 원자력안전보안원 관계자는 방사성 요오드의 방사능은 장시간 지속되지 못하기 때문에 인체에 즉각적인 위험을 주지는 않는다면서도, 원전 앞바다의 방사성 요오드 수치가 급증하는 원인은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사고원전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방사성 물질들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인근 국가에서 잇따라 검출되고 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은 러시아 극동연해주 기상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난 26일부터 29일 사이에 블라디보스톡 외곽에서 요오드-131 미립자가 검출됐다고 보도했고, dpa통신은 홍콩에서도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먼지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중국 환경부는 전날 산둥성, 톈진시, 베이징시, 허난성, 산시(山西)성, 닝샤후이주자치구에서 새로 요오드-131이 미량 검출됐다고 밝혔다.

이로써 중국에서 요오드-131이 검출된 곳은 헤이룽장, 상하이시 등 12개 성.시.자치구로 늘어났다.

◇사고수습방안 다각도 검토 = 일본에서는 사고원전의 방사성 물질 유출을 막기 위한 다양한 측면의 대책이 제시됐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대응과 관련 "파손된 건물에 특수천을 덮어 방사능 물질의 비산을 막고 오염된 물을 유조선 등으로 회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후쿠시마 원전 1~4호기의 원자로 건물내에 붙어있는 방사성 물질에 특수 도료를 뿌려 접착 시킨 뒤 수소폭발과 화재 등으로 지붕을 잃은 원자로 건물 상부를 특수포로 만든 가설 건물로 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방사성물질의 확산을 막기 위해 원전 건물 내부에 수지(樹脂)를 살포하는 방안이 마련되고 있으며, 이르면 31일 시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농도 방사성물질에 오염된 채 원전 건물 안에 고인 물의 처리 방법도 검토됐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대형 유조선에 오염된 물을 옮겨담는 방안 뿐 아니라 사고 원전 옆에 지하 저수조를 굴착해 오염된 물을 보관했다가 원전 냉각수로 재활용하는 방안, 다량의 저장 용기를 반입해 오염된 물을 보관하는 방안 등이 고려되고 있다.

로봇을 이용해 원전 기자재를 원격 조종하는 방식도 제안됐다.

사고 원전의 냉각기능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원전 건물에 고인 오염된 물들을 퍼내야 하지만,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고인 물의 오염 정도가 심하다는 점은 일본 당국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에다노 관방장관은 "주변지역의 방사성 물질 오염을 최소한으로 막고 건강 피해를 억제하기 위해 전문가를 포함해 이런저런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원자로 내 연료봉과 사용후 연료의 온도를 안정적으로 내리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되며 이번 수습 시기를 책임을 갖고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원전의 안전 기준이 불충분했다는 점도 시인했다.

에다노 장관은 "대비가 불충분했다"며 "현재의 위기 상황이 종료되면 (안전 기준을) 철저하게 재검토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일본 NHK방송은 시미즈 마사타카(淸水政孝) 도쿄전력 사장이 전날 오후에 고혈압과 어지럼증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다고 전했다.

사고 원전의 방사성 물질 유출 사태가 장기화된데다가 수습 또한 난항을 겪자 도쿄전력 주가는 이날 다시 하한가인 466엔으로 추락했다.

올해 도쿄전력 주가는 원전 사고 이전에 1천970~2천200엔 범위에서 움직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