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지리아가 철도와 통신망을 건설하기 위해 중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9억달러의 차관을 들여오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중국이 세계를 상대로 친중(親中)커넥션을 구축하기 위해 차이나머니를 꾸준히 쏟아붓는 사례다.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 규모는 지난해 93억달러.2003년(4억9000만달러)의 19배로 늘었다. 하지만 "(아프리카)빈국들이 중국으로부터 자원을 원조와 바꾸도록 강요받고 있다. 중국은 공격성 때문에 세계에서 친구들을 잃고 있다"(나이지리아 외교관,위키리크스)는 불만이 아프리카 내부에서도 나온다. '돈'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지금의 외교전략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돈으로 산 따거(大哥) 외교

아프리카에 대한 차이나머니 공세는 가속화되고 있다. 이날 국무원(중앙정부)이 발표한 첫 번째 중 · 아프리카 경제무역 협력 백서에 따르면 올해부터 3년간 아프리카에 100억달러의 저리 차관을 제공한다. 지난해까지 3년간 아프리카에 제공한 차관의 2배 규모다. 모리셔스의 공항,적도 기니의 주택,가나의 수력발전소 건설 등에 투입된다. 2005년 아프리카산(産)을 상대로 시작한 수입관세 제로 대상품목도 지난 7월 현재 4700여개로 늘린 데 이어 향후 전체 수입관세 품목의 95%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차이나머니의 공습지역은 아프리카에 머물지 않는다. 지난달 원자바오 총리는 타지키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담에서 러시아를 비롯 중앙아시아 4개국에 SCO개발은행 설립을 제안했다. "100억달러 규모로 세워질 SCO개발은행에 중국은 80억달러를 댈 예정"(21세기경제보도)이라는 소식이 중국에서 흘러나온다.

중국 부상을 견제하는 미국의 봉쇄전략에 맞서기 위한 측면도 있다. "중국은 인도가 미국의 동맹이 돼 자국을 견제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인도 싱크탱크 SAAG)는 것이다. 원 총리가 이달 중순 방문한 인도와 160억달러 규모의 경협 계약을 맺은 배경이다.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국회 의장)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을 하루 앞둔 지난달 8일 자카르타에서 6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 경협 계약을 체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차이나머니 외교는 중국이 유엔에서 대만을 대체한 1971년 이후 수교국을 늘리기 위해 개도국을 상대로 꾸준히 펼쳐졌다. 2007년 중국 자본 4000만달러로 지어진 크리켓 구장이 카리브해의 그레나다에서 문을 열었다. 2005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데 대한 보답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 경제의 침체가 두드러지면서 차이나머니 공습지역은 선진 경제권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그리스에 이어 포르투갈도 중국에 국채를 사달라고 기댄다. 중국은 지난해 초 프랑스를 제외한 영국 독일 스페인에 구매단을 보내 150억달러어치 상품을 사들였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이 반체제인사로 규정한 달라이 라마를 만났다는 게 이유였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달 후진타오 주석 방문 때 공항으로 나가 영접했다. 후 주석은 200억달러 규모의 경협으로 프랑스의 구애에 화답했다.

◆보편가치 외면의 후폭풍

영국 BBC방송은 중 · 아프리카 백서를 두고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한 일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서는 중국이 수단에서 공익사업을 한 덕분에 200만명이 혜택을 입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아프리카 자원 확보 전략이 부패와 인권 및 환경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BBC)에 대한 반박 성격이 짙다. 중국은 내정불간섭 원칙을 내세우면서 조건을 달지 않고 원조를 해주는 반면 서방국들은 부패없는 통치구조를 조건으로 내건다. 아프리카연합 경제담당 집행위원 맥스웰 음퀘잘람바가 "(서방국가들은)차관 제공 때 엄청난 조건을 붙이기 때문에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에 더 기대고 있다"고 말한 이유다.

하지만 내정불간섭은 인권이라는 보편가치에 눈을 감은 실리주의일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단 원유의 3분의 2를 수입하면서 인종학살에 나선 수단 정부에 무기를 판매한 것이 대표적이다. 군사정권인 짐바브웨의 가장 큰 무기 공급국도 중국이다. 특히 2006년 잠비아 주재 중국대사는 중국 투자를 비판해온 야당이 집권하면 단교하겠다고 위협해 내정불간섭 원칙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아프리카 관료들이 중국의 역할을 의심하고 분노하고 있다"(뉴욕타임스)는 지적은 중국 기업들이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과정에서 현지인 채용을 최소화해 반발을 사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지난해 8월 알제리의 수도 알제에선 "중국인들이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며 시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