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확산 우려 속 250만명 운집 예상

이슬람권 연중 최대 행사인 사우디아라비아 성지순례 `하지'가 오는 25일 시작된다.

매년 이슬람력으로 12월 8∼10일 진행되는 하지는 무슬림의 5대 의무 중 하나로 무슬림들은 재정 여건이 허락하는 한 일생에 한 번은 사우디 성지순례를 이행하고 있다.

오는 27일까지 진행되는 하지에는 예년처럼 160개국에서 250만명이 사우디를 방문, 메카와 메디나 등 이슬람 성지를 순례할 것으로 사우디 당국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하지는 신종플루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다 예멘 내전에 따른 수니파와 시아파 갈등, 사우디와 이란의 해묵은 갈등이 재연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지난 21일 성지순례를 온 외국인 4명이 신종플루에 감염돼 숨진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우디 보건당국은 신종플루 확산 방지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우디 보건부는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 150만명분을 확보하는 한편, 그랜드 모스크 지역에 6개 현장 의료시설을 설치하고 1만5천여명의 의료진을 메카와 메디나에 배치했다.

사우디 보건부는 65세 이상 노인, 12세 이하 어린이, 임산부 등은 올해 하지 참석을 자제토록 권고하고 있다.

사우디 당국은 또 수니파 예멘 정부와 시아파 반군 간 내전으로 수니-시아파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점을 감안, 10만여명의 보안요원을 행사장 곳곳에 배치해 양측 간 폭력사태나 테러에 대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하지 기간에 일체의 정치 관련 집회를 허용치 않을 것이라고 사우디 당국은 재차 강조했다.

이란은 하지 기간에 이란 성지순례자를 중심으로 반미, 반이스라엘 집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1987년에는 메카에서 사우디 보안군과 이란 순례자들이 반미 시위 문제로 충돌, 400여명이 숨지는 참사가 빚어지기도 했다.

사우디 당국은 또 미나계곡 자마라트에 공사비 12억달러를 들여 길이 950m, 폭 80m 규모의 5층짜리 초대형 인도교를 완공하는 등 대규모 압사사고 예방에도 주력하고 있다.

나이프 빈 압둘 아지즈 사우디 내무장관은 24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순례자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어떤 상황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안전하고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하지가 진행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