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군 철군 검토 시작 시사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가 아프가니스탄 일부 지역의 통제권을 2010년부터 아프간 정부에게 넘기기를 희망한다고 말해 영국군의 철군을 검토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했다.

17일 BBC 방송과 더 타임스 신문 등 영국 언론매체들에 따르면, 브라운 총리는 전날 밤 연설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의를 내년 1월 런던에서 열어 아프간 지원 계획과 함께 아프간 정부에 현지 통제권을 넘기는 일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회의에선 아프간 정부에 일부 지역의 통제권을 넘기는 과정을 논의하고 가능하다면 내년도에 시작될 이양 일정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운 총리는 또 "알 카에다가 아프간에서 활동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프간에서 테러요원을 모집하고 훈련을 시키고 있다"며 "파키스탄 북쪽 지역에는 수 백 명을 대상으로 폭탄제조 등을 훈련시키는 캠프가 가동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브라운 총리는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영국군은 아프간에 영원히 머물 수 없다"며 "아프간의 자율적인 치안 유지가 확보되는 대로 철수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 총리실 측은 "나토 회의가 철군을 논의하기 위한 것은 아니며, 미래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으나 영국 언론은 이를 "정부가 단계적 출구전략을 검토 중임을 시사한 것"으로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전사자 증가로 아프간 주둔에 대한 여론이 점차 나빠지는 가운데 내년 중반 총선을 앞두고 국민 여론을 달래기 위한 정치적 수사로 풀이하고 있다.

데이비드 밀리반드 외무장관도 17일 나토 의회 모임에 참석해 "아프간전이 끝이 없는 전쟁은 아니다"며 철수 가능성을 열어둔 뒤 "영국군을 안전하게 데려오고 싶지만 빈 자리를 탈레반이 신속히 장악하도록 놔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 국민들은 국제 사회가 아프간전에 피로감을 느껴 탈레반이 되돌아와 아프간 정부에 협력했던 사람들에게 피비린내 나는 보복을 감행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현지인들이 탈레반에 저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정부는 지난 2001년 10월 아프간 작전을 개시한 이래 현재 9천명을 주둔시키고 있으며 올해 들어서만 97명이 숨지는 등 지금까지 모두 234명의 전사자가 발생했다.

영국에서는 최근 들어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아프간 전략 재검토와 주둔군의 단계적 철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