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아시아 국가들을 순방 중입니다.하지만 미국 현지는 씁쓰레한 표정입니다.미국의 지난 9월 수입규모도 16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미국 국민들의 피해의식이 커졌습니다.미국 주요 언론들은 중국이 미국에 미치는 영향력을 정치·경제적인 측면에서 분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을 첫 방문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은행원에게 인사하러 가는 방탕한 소비자의 역할을 자임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빚더미 위에 앉은 미국의 최대 채권국으로 부상한 중국의 파워가 양국 간 역학구도를 바꿔놓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중국의 눈치를 보고 살아야 하는 슈퍼파워 미국의 처지를 지적한 것입니다.


전임 미국 대통령들은 중국의 인권 탄압과 환율 조작 등을 거론하면서 중국을 강하게 압박할 수 있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방중 기간 중국을 압박하기 보다 안심시키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달러 자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중국에 미국의 경기상황과 재정적자 감축 계획 등을 설명하면서 말입니다.


지난 7월 중국 관리들은 미국 행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미국의 의료보험 개혁방안을 시시콜콜 캐물은 적이 있습니다.미국민들의 건강이나 보험혜택에 관심이 있었던 게 아닙니다.의료보험 개혁 비용이 미국의 재정적자에 미칠 영향과 미국의 국채 상환계획을 알고 싶었던 것입니다.미국은 금융위기와 경제위기 탓에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과 7890억달러의 경기부양 자금을 집행하느라 올해 회계연도(2008년 10월∼2009년 9월)에 사상 최대인 1조4200억달러의 재정적자를 냈습니다.


또 워싱턴포스트(WP)는 “중국인들이 우리의 삶을 변모시키고 있다”면서 미국민들의 자괴감을 전했습니다.WP는 오바마 대통령이 상하이와 베이징 방문을 통해 마주치는 중국은 떠오르는 강대국일 뿐만 아니라 대학 강의실과 부동산사무소,위스콘신의 인삼 재배농가에 이르기까지 미국인들의 삶을 변모시키고,도전을 안겨주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WP는 일례로 지난해 중국인 학생들이 미국 대학에 낸 등록금은 총 20억달러에 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미국 현지에서 중국 학생들이 미국 대학을 먹여 살린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입니다.이제 중국은 싫든 좋든,미국인들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메이저 플레이어가 됐다고 WP는 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지난 9월 수입액이 1684억달러로 1993년 이후 최대치에 달했습니다.원유,자동차,기계,금속,예술품 등을 포함한 수입액은 전달보다 93억달러 늘어났으나 수출은 37억달러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달러가치가 약세이지만 수출이 수입규모보다 적었습니다.그 결과 무역적자는 365억달러로 전달에 비해 18.5% 급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무역적자 증가는 미국인들의 수요가 살아나고 있는 것을 의미하며,앞으로 이같은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미국 경기는 회복되고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 중인 무역불균형 해소(리밸런싱)는 요원할 수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습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특파원의 아침]오바마 대통령의 서글픈 뒷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