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의 상징 미국 CNN방송이 이란 대통령 선거 직후 대선결과 항의시위 속보에서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소식을 전하는'트위터'에 완패했다. 1990년 걸프전을 통해 속보의 제왕 자리를 굳힌 CNN은 올해 이란 대선에선 속보 주역의 자리를 일반 대중이 만드는 '트위터'에 속절없이 넘겨줬다.

1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란에서 아흐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대선결과가 발표되자 '부정선거'의혹을 제기하는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 지지자들이 수도 테헤란 시내 곳곳에서 격렬한 시위를 벌였는데,관련 속보를 전달하는 데 CNN이 속도와 기사의 질에서 트위터에 크게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트위터는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한 실시간 마이크로 블로깅을 지칭한다. 140자 이내의 짧은 문구를 트위터 창에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지인들에게 자동으로 발송해준다. 기존의 뉴스 보급체계의 한계를 뛰어넘는 실시간 정보 가공 툴(tool)을 갖춘 만큼 허리케인과 같은 폭발력을 지닌 것으로 일찍부터 평가받아왔다.

이번 이란 시위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가장 빠르게 전달한 것도 바로 트위터였다. 주요 트위터들의 발언을 살펴볼 수 있는 메타 사이트 트왓접(iran.twazzup.com)과 허핑턴포스트(www.huffingtonpost.com)에는 수천여명의 트위터 이용자들이 올리는 실시간 '속보'들이 쉴 틈 없이 전달됐다. '실시간 트윗(Real-time tweets)'이 10초 단위로 수십개씩 올라오며 시위 소식을 상세하게 실시간으로 전한 것.특히 이란 현지에서 이란인 학생들이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알리는 소식들이 위력을 발휘했다. 사진과 동영상 등도 대량으로 서비스되며 기존 방송들을 압도했다. 'change_for_iran'이란 현지 이란인 트위터의 글에는 순식간에 6000여명의 '팔로어'가 붙으며 시위 소식을 받아보기도 했다. 메타블로그로 유명한 허핑턴포스트의 경우도 '탱크 등장'등의 글을 눈에 띄게 올리며 현장의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반면 반미 국가인 이란에서 제대로 된 방송 장비와 기자를 충분히 투입할 수 없었던 CNN은 BBC나 ABC 같은 다른 서방언론들과 큰 차이를 볼 수 없는 '한발 느린'그림을 전송하는 데 그쳤다. CNN은 시위가 확산되는 동안 줄곧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선거결과를 지지한다"는 등의 뻔한 내용에 별다른 특색 없는 화면만 제공했을 뿐이었다. 이에 따라 주요 트위터 사용자들이 '#CNNFail'이란 태그를 붙인글로 비난해도 제대로 된 반격을 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됐다.

트위터는 지난 미국 대선부터 미국 내에서 새로운 속보 매체로 남다른 주목을 받아왔다. 4월 미국 힙합계 거물인 에미넴이 4년 만에 새 앨범 '릴랩스(Relapse)'발표에 앞서 트위터에 "이게 점점 진짜가 돼가고 있다"는 짧은 메시지와 함께 앨범 재킷사진을 올려 엄청난 광고 효과를 거뒀고 백악관도 이달 초 공식블로그에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나섰다.

뉴욕=이익원 특파원/김동욱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