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막강한 힘을 행사했던 미 자동차노조(UAW)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크라이슬러가 법원에 파산보호신청을 낸 데 이어 제너럴모터스(GM)도 파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노조가 예전처럼 일자리를 지키는 등 노조원의 기본 이권을 주장하기 위한 목소리조차 내기 어려워졌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GM과 크라이슬러 포드 등 미 자동차 빅3의 본거지인 디트로이트의 산업 전체가 뿌리 채 흔들리면서 UAW도 정치적 영향력은 물론 감원이나 조합원의 복지혜택 축소 등에 저항할 능력조차 잃어가고 있다고 보도했다.한 때 150만 명을 웃돌았던 노조원 수도 작년말 현재 50만명 이하로 줄었다.

물론 양사의 구조조정이 당초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노조(퇴직자건강보험 기금)는 새로 출범하는 크라이슬러와 GM의 지분을 각각 55%,39%씩 갖게 된다.하지만 지분 만큼 경영권을 행사하는 게 아닌 만큼 공장 폐쇄와 감원 조치에 대해 예전처럼 반발하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운 실정이다.UAW는 앞으로 6년 동안 크라이슬러 공장에서 파업을 하지 않기로 약속했고 GM 처리 과정에서도 비슷한 약속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당 임금도 기존의 숙련 근로자들은 시간 당 28달러를 계속 받게 되지만 새로 뽑는 근로자는 시간 당 14달러만 받게 된다.회사측은 노조와 신규 근로자의 비중을 20% 이내로 제한하기로 약속했지만 외국 차 메이커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를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1960년대만 해도 UAW의 월터 루더 위원장은 린든 존슨,존 F.케네디 대통령 등과 자주 회동을 갖고 인권문제 등 다양한 현안을 협의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1998년에는 GM이 미시간주 플린트 부품공장의 근로조건을 다소 변경하려 하자 노조가 54일간 파업을 벌여 50만대의 생산차질과 2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초래했던 적도 있다.하지만 미 자동차 산업이 벼랑 끝에 내몰리면서 함께 망하길 원하지 않는 한 예전같은 강성 노조 활동은 꿈도 꿀 수 없게 됐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