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선 최근 담배 때문에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했다. 후베이성 공안현(한국의 군에 해당)정부가 담배 강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23만갑의 담배를 공무원들에게 할당했다. 현정부 아래 소규모 행정단위와 정부기관과 학교는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마을 단위에도 담배를 다 소화하지 못하면 1000위안(약 20만원)의 벌금을 물리겠다고 했다. 담배 강매의 명분은 경기부양.현 당국은 세수를 늘리고 경기도 살린다는 일거양득의 수를 노렸다. 물론 이 지역에서 생산된 담배만 피워야 한다는 부가조항도 달았다. 하지만 이 조치는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중국이 아무리 담배에 관대하다지만,몸에 해로운 것을 강제로 팔아 경기를 살리겠다는 발상이 말이 되느냐는 비판을 견디지 못했다.

공안현 공무원들은 탁상공론이나 일삼는 한심한 족속이라 욕을 먹어도 할 말이 별로 없을 듯하다. 그러나 생각을 바꿔 이들을 위한 변명을 한번 해보자.중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소비증진을 가장 큰 모토로 내걸고 있다. 사회주의의 특성상 당과 정부에서 목표를 정하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이를 실천하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아무리 소비를 늘리려고 해도 소비자의 주머니에 돈이 없다면 문제가 간단치 않다. 공안현 같은 중국 농촌의 1인당 순소득은 작년 말 현재 4761위안에 불과하다. 한국 돈으로 치면 연간 소득이 100만원이 안 된다. 게다가 중국의 농촌은 도시와 달리 사회보장이 열악하다. 도시 근로자들은 회사가 양로 교육 의료 등을 일정부분 책임져 주지만,농민들은 기댈 곳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를 늘리려고 아무리 머리를 짜봐야 답이 안 나올 수밖에 없다. 일정한 소득이 있는 정부기관 종사자들에게 '무조건 우리 고장의 담배를 사서 다 피우도록 한다'는 어이없는 정책이 튀어나온 이유를 무사안일과 탁상공론으로만 비판할 수 없는 이유다.

사실 중국의 경기부양책엔 이 같은 우격다짐의 요소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가전하향이다. 가전하향은 농민들이 TV나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살 때 정부가 가격의 13%를 보조해주는 제도다. 가전하향의 대상이 되려면 TV가 3500위안을 넘어서면 안되는 등 가격제한을 지켜야 한다. 꿈도 꾸지 못했던 가전제품을 싼 값에,그것도 정부가 돈을 줘가면서 사라고 하니까 연간 소득의 절반 이상을 지출하며 제품을 구매하는 농민들이 꽤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소득이 증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소비는 결국 또 다른 빚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중국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신문주간은 가전하향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왜 농기계가 아니고 세탁기나 냉장고인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실질소득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일회성 소비증진에 목숨을 거느냐는 지적이다. 가전업체의 가동률을 높여 실업사태를 막겠다는 뜻이 있는 것이라면,농민과 농촌을 위한다고 하면서 결국 또 다른 희생을 강요하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 법하다.

중국 사회가 안고 있는 빈부격차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좀 더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공안현 공무원들이 나타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중국 정부로선 사회적 모순을 해결하면서 경제도 살리는 묘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