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1일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유대교 회당이 괴한들에 공격당한 사건을 규탄하면서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집단이 이번 사건에 연루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날 관영TV로 중계된 연설에서 "우리는 유대교 회당에 대한 공격을 규탄한다"고 밝히고 "나의 사회주의 정책들에 반대해 온 부유층 집단 '올리가키(소수의 지배자들)'가 이번 사건을 저질렀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 같은 폭력사건들이 발생하면 누가 이득을 보는가?"라고 반문하고 "정부도 국민도 그리고 혁명도 이득을 볼 수 없다"며 정부 비호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회당 피습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올리가키측에서 아무런 증거도 없이 정부를 비난하고 나선 대목을 주목해야 한다" 면서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확인했다.

이스라엘 외무부의 이가르 팔모르 대변인은 이번 사건과 관련, "베네수엘라 당국은 질서와 안전 확보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고 "이같은 유형의 사건은 (베네수엘라) 당국의 비호없이는 발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달 30일 저녁 늦게 10여명의 괴한이 카라카스에 있는 최대 규모의 유대교 회당에 난입하여 종교 시설물들을 훼손한 뒤 벽에 "우리는 살인자들을 원하지 않는다", "유대인들은 꺼져라!"등의 낙서를 하고 사라졌다.

니콜라스 마두로 외무장관은 괴한들의 유대교 회당 난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하고 진상을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이스라엘 정부의 가자 침공 "범죄 행위"에 반대한다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기본입장을 재확인했다.

마두로 장관은 이스라엘 정부로부터 추방된 자국외교관들을 환영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유대인들을 존중하지만 또 팔레스타인 사람과 그들의 생존권을 존중해 주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에는 1만5천명의 유대인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유대인 사회에서는 차베스 대통령이 공공연하게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관영언론이 팔레스타인을 두둔하는 편향보도를 일삼아 온 만큼 사실상 차베스 대통령과 언론이 이번 회당 공격을 부추긴 것이나 다름없다는 입장이다.

(카라카스 AP=연합뉴스)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