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자국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을 위한 보급로 제공에 동의했다는 미국의 주장을 부인, 논란이 일고 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주재 러시아 군사 대표인 알렉세이 마슬로프 장군은 22일 이타르 타스 통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미군과 나토군 보급로를 위해 러시아 영토를 열어 주기로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그와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는 어떤 공식 문서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앞서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미 중부군 사령관은 20일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방문해 보급로 제공 문제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아프간 주둔 미군과 나토군은 현재 대부분의 군수품을 저항세력 활동이 활발한 파키스탄 북부 지역을 거쳐 수송하고 있으나 최근 이 지역의 군 보급물품 창고 및 차량을 겨냥한 탈레반 반군 세력의 테러 공격이 잇따르면서 새로운 수송로를 모색해왔다.

특히 미국은 올해 아프간 파병군을 두 배로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이들 국가를 통한 수송로 확보는 전쟁 수행에 중요한 것으로 지적돼왔다.

하지만 이처럼 미국과 러시아 양국 당국자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아프간 보급로 확보 문제가 양국 간 새로운 외교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19일 아프간 대통령궁은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하미드 카르자이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의 군사 지원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아프간은 나토로부터 군사 장비를 지원받고 있지만, 옛 소련이 1980년대 10년간 아프간을 점령했었기 때문에 아직도 러시아산 무기와 항공기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 성명 역시 어디까지나 아프간 측의 일방적 발표로 크렘린궁이나 러시아 외무부에서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러시아 당국자의 공식 해명이 조만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