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는 태국의 군부 쿠데타에 이어 천수이볜(陳水扁) 총통 퇴진을 둘러싼 대만의 정변 발생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군(軍)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일축했다.

대만 행정원 정원찬(鄭文燦) 대변인은 20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대만은 이미 군의 국가화가 이뤄져 다른 신흥민주국가에서 보게 되는 상황이 쉽게 발생할 수 없게 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헌법상 군은 반드시 당파를 초월해야 하고 정치분쟁에 개입할 수 없게 돼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우자오셰(吳釗燮) 대만 대륙위원회 주임도 "대만의 민주정치 기초는 굳건하며 쿠데타가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말했다.

태국에 이어 최고지도자 주변의 가족.측근 비리가 연이어 제기되고 있는 대만, 필리핀도 정변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외신 보도에 대한 대만측의 공식 반응이다.

그러나 최근 한 군 인사가 인터넷에 천 총통을 암살해야 한다는 논지의 글을 올리자 군부가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태국 쿠데타로 대만정국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20일 천 총통의 정치거점인 대만 남부에서 천 총통 지지자와 반대자 간에 유혈 충돌이 발생했다.

이날 저녁 대만 남부 핑둥(屛東) 도심에서 천 총통 지지 시위대가 천 총통 퇴진을 촉구하며 연좌농성을 벌이고 있는 시위대를 다섯 차례에 걸쳐 습격하면서 10여명이 부상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한 지지 시위대 3명을 체포했다.

천 총통의 고향인 타이난(台南)에선 천 총통을 지지하는 1천여명이 도심 공원에서 이틀째 연좌시위를 벌이고 있던 천 총통 반대파 100여명에게 돌을 던지고 각목을 휘두르면서 4명이 부상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10명을 체포해 조사중이다.

지난 18일 가오슝(高雄)의 천 총통 퇴진촉구 집회에서도 천 총통 지지자들과 충돌 사태가 벌어졌다.

천 총통 퇴진촉구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100만명 반부패 운동본부'는 내달 10일 국경일에 타이베이 총통부를 에워싸는 시위를 재차 벌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편 천 총통에게 막후 영향력을 갖고 있는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이 정국혼란이 계속되자 롄잔(連戰) 국민당 명예주석, 쑹추위(宋楚瑜) 친민당 주석 등과 만나 정국 해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리 전 총통이 천 총통에게 퇴진을 권고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홍콩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joo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