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박빙 지역으로 분류돼 2004 미국 대선의 최대 관심지역으로 부각됐던 플로리다주 선거가 부시의 승리로 결론났다. 이날 밤 늦게까지 주 선거당국은 `부시 승리'를 공식 선언하지 않았지만 CNN과폭스 뉴스 등 방송사들은 98%가 개표된 상황에서 부시가 전체 유효 투표의 52%를 득표해 47%를 얻은 케리 후보를 32만여표차로 따돌리고 플로리다주 선거인단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00년 선거 당시 1차 개표 직후 부시 대통령과 고어 후보의 표차는 1천784표였다. 아직 개표가 완료되지 않은 일부 부재자 투표 등을 감안해도 부시의 승리는 사실상 확정된 셈이다. 텔러해시를 포함한 북부지역은 공화당이, 마이애미가 속해 있는 남부지역은 민주당이 강세지역이어서 승부는 올랜드 등 중부지역의 표심이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당초의 전망 속에서, 개표 결과 중부 지역에서 부시 후보가 케리 후보를 크게 앞지르면서 부시 후보의 승리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 여름 잦은 태풍으로 인해 피해가 컸던 이 지역에 부시 대통령이 자주내려와 격려했고, 정부의 보조금도 비교적 풍성하게 제공됐던 것이 한 원인이라는분석이 나왔다. 여기에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 주지사가 이 지역에서의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2000년 대선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도 형을 크게 도왔다는 관측도 나온다. 개표 과정에서 부시 후보는 한번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은 채 개표가 30% 가량진행된 중반 이후 4-5%의 표차를 꾸준히 유지했다. 그러나 미국의 주요 방송사들은 개표가 95%까지 진행된 상황에서도 플로리다에서 부시의 승리를 확신하지 못했다. 가장 먼저 부시 승리를 보도한 것은 CBS와 ABC 방송. 이들은 이날 밤 11시55분께 개표가 97% 가량 진행된 상황에서 부시가 격전지 플로리다에서 승리할 가능성이높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플로리다 주립대에서 미국정치를 전공하고 있는 김희민 교수는 "지난 2000년 대선에서 출구조사를 토대로 고어 승리를 보도했던 방송사들이 또 다시 플로리다에서의 망신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보도에 신중을 기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날 투.개표도 큰 불상사 없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글렌다 후드 주 국무장관은 지역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늘은 플로리다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날이었다"고 평가했다. 주 정부청사 앞에서 만난 선거 관계자도 "우리는 선거와 개표 과정에 자신감을갖고 있다"며 "새로운 시스템이 작동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주가 또 다시 전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가능성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후보란에 구멍을 뚫는 천공카드 방식이었던 4년전 투표 방식과는 달리 터치스크린 등 전자투표를 도입했기 때문에, 전 미국, 나아가 전 세계를 36일 동안이나떠들썩하게 했던 4년전의 재검표 소동이 재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투.개표 과정에서 불거진 일부 잡음과 새로 도입된 전자투표 방식의 유효성을 둘러싼 논란으로 플로리다발 대선 여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남부 지역의 브로워드 카운티 등 일부 지역에서 이미 5만8천여장의 부재자 투표용지가 분실되는 소동이 벌어진 상태인데다, 부시 대통령의 동생이 주지사를 맡고선거를 관장하는 주 국무장관 역시 공화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측의 부정선거공세가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또한 마이애미 지역의 9만표에 달하는 부재자 투표 개표 작업도 오는 4일이 돼야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민주.공화 양당은 재검표 사태에 대비해 이미 수천명의 변호사를 플로리다에 파견한 상태다. 이들 변호사들은 조그만 꼬투리라도 잡히면 법정소송에 들어갈태세여서 심각한 선거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밤 늦게까지 주 정부청사 부근에서 `케리.에드워드' 피켓을 들고 서 있던 30대초반의 한 열렬 민주당원은 "어차피 오늘 저녁에 끝날 선거는 아니다"고 말했다. (텔러해시=연합뉴스) 김현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