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총회는 8일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영토에건설중인 보안장벽의 합법성 여부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질의키로 하는 결의안을채택했다. 유엔 총회 표결에서 이 결의안은 찬성 90, 반대 8표로 통과됐으나 기권이 무려74표에 달해 이 문제가 얼마나 껄끄러운 현안인지를 반영했다. 유엔 총회는 지난 10월 이 장벽 건설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압도적으로 통과시켰으며 다음달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스라엘이 이 결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는 달리 유엔 총회 결의는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ICJ의합법성 판단 역시 하나의 `자문의견'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이와같은 ICJ의 의견제출도 의무사항이 아니어서 이스라엘의 장벽에 관한 이번 결의는 실질적인 의미보다는 정치적, 상징적 의미가 더 크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 결의안이 ICJ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면서강력한 반대 로비를 펼쳐 왔으나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지는 못했다. 단 질러만 유엔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표결이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이날 표결에서 찬성표에 버금가는 기권표가 나왔음을 지적하면서 이는 "이스라엘의 도덕적 승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표결에서 찬성한 국가들이 "독재적이고 부패했으며 인권에 거역하는 정권들"이라고 결의안 채택을 평가절하 했다. 그러나 나세르 알 키드와 유엔주재 팔레스타인 대표는 "유엔 회원국들이 이번결의안과 관련해 강력한 압력과 심지어 협박까지 받아온 상황에서 나온 90표의 찬성은 소중하기 이를데 없다"고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