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당시 대다수 언론 기자들이 진실 보도를 회피한 채 이라크 정보 관리들의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했음을 폭로한 책이 발간됐다고 미 언론 주간지 '에디터&퍼블리셔'인터넷판이 15일 보도했다. '임베디드: 이라크 전쟁에서의 언론'이라는 제목의 문제의 책은 전쟁 당시 종군기자로 바그다드에서 취재 활동을 벌이던 뉴욕 타임스의 존 F. 번스 기자의 경험담을 담고 있다. 다음은 바그다드 취재 현장에서 드러난 언론인들의 사명감 부족 행태를 꼬집고 이에 대해 비판하는 번스 기자의 목소리가 실린 발췌문을 요약한 것. 『나는 바그다드가 함락되기 전 사담 후세인 집권시 자행된 테러에 대한 기사를 작성한 괘씸죄로 다른 어떤 기자들보다 엄격한 감시와 차별을 받았지만 테러 및 전체주의 국가, 그들의 행동 방식은 이 곳에서 꼭 보도되야만 하는 핵심적 진실이라고 느꼈다. 하지만 바그다드에 모여든 절대 다수의 특파원들은 이 곳을 정상적인 곳인 체 해야 목숨을 부지해 취재를 계속 할 수 있다고 판단, 진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붙은 감시인들의 활동과 테러에 대해서는 일언 반구도 하지 않은 채 이라크 정보 기관 책임자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고 그의 가족들에게 고가의 휴대폰을 바쳤으며 수 천 달러의 뇌물을 먹였다. 심지어 어떤 특파원은 자신이 이라크에 해가 안되는 기자임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이 쓴 기사와 다른 기자들의 기사를 인쇄해 이라크 정보 당국에 비교하기까지 했다. 나는 2월에 한 차례 이라크 입국에 필요한 비자 발급을 거부 당한 후 요르단 암만에서 비자를 받아 바그다드에 들어갔다. 바그다드에서 나를 담당한 이라크 정보당국의 감시인은 대단히 불쾌한 중앙정보국(CIA)요원으로 몰아붙이며 장비와 돈까지 훔쳐갔다. 또 나를 여러 차례 위협한 정보 책임자는 전쟁이 끝난 후 같은 보직에 재임명되려는 기회주의적 행태를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 전쟁에서 배워야 할 심각한 교훈이 있다는 점이다. 규모를 막론하고 신문사와 방송사의 편집자들은 회사가 파견한 특파원들로부터 해당장소에 대한 진실을 보도할 책임감을 끄집어내야 한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가능하다. 나는 폐쇄된 사회일 수록 은폐 행위 자체가 드러나기 때문에 겉보기와는 달리사실을 말하는 것이 훨씬 쉬울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바그다드는 사람들이 생각한 것 보다 훨씬 형편없는 곳이었으며 '절대 악' 같은 것이 존재했다. 기자들은 당시 단순히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합리화해버린 것이다. 진실을 외면한 것은 비단 기자들만이 아니다. 나는 이라크 올림픽위원회의 서류보관함에서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국제올림픽 위원회 위원장이 후세인의 장남 쿠사이에 보낸 "존경하는 동료에게"로 시작되는 편지 여럿을 발견했다. 사마란치 위원장은 이 건물이 고문 장소로 사용돼왔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나는 뉴욕타임스를 위해 일하며 이것은 내가 이 신문의 명성에다 미국 정부의 힘까지 덤으로 가졌음을 의미한다. 좀 더 정직하게 말하면 나는 방탄 조끼도 착용하고 있고 달러로 가득 채워진 지갑도 있으며 특종을 해 상을 탈 수도 있는 유리한 위치다. 이와 비교할 때 우리가 기사에서 다루는 사람들은 이러한 이점을 누릴 수 없는 사람들이다. 언론계는 부패했으며 우리는 이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번 전쟁에서는 광범위한 '직무 유기'가 있었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기자 ykhyun14@yna.co.kr